[Opinion] 게르만 영웅신화를 통해 보는 예술과 신화의 관계[문화전반]

예술 콘텐츠로서 '신화'가 지니는 힘은 무엇일까.
글 입력 2015.09.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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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제왕, 토르와 로키, 거인, 기사단 등.. 주위를 둘러보면 영화와 게임의 단골 소재는 
거의가 북유럽 신화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북유럽 신화'의 구체적 내용이란 너무나 생소하다.
북유럽 신화가 그토론 수많은 문화 콘텐츠의 원천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더불어 예술 콘텐츠로서 '신화'가 지니는 힘은 무엇일까.
신화와 예술의 관계란 무엇일까.



예술과 신화의 근원- '교감'

 이를 알기 위해 먼저 둘의 근원이 되는 ‘공감, 교감’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인간, 자연, 초월적 존재 간 이어진 네트워크를 말하며 이 순환의 맥락 속에서 각 존재들은 영역을 넘나들며 모습을 바꾼다. 즉 한 곳의 무엇이 다른 곳의어떤 것으로 ‘화’하는 것이다. 
 신화적 상상은 이러한 생명의 순환적 네트워크, 공감에 대한 믿음을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믿음이란 직관의 영역이다. 인간은 그직관을 바탕으로 ‘변신’관계의 존재들 간에 ‘연결고리’를 생성해낸다. 이것이곧 ‘신화적 상징’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에대한 직관, 원초적 발견을 연관화의 논리적 과정을 통해 합리화하여 수용하는 방법이다.           



신화와 예술의 관계
                                 
 오랜 옛날부터 신화는 예술의형태로 표현되며 그 속에서 변형되왔다. 신화 속 상징은 예술 속에서, 또한 시대에 따라 더욱 연장, 확장되었다. 가장 근원적이고 신화적이라 할 수 있는 ‘직관’에 주목하며 인간 정신, 내면으로부터우주를 감각하는 것은 과거에는 신화적 상상 속에서, 현대에는 주로 예술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예술과 신화는 둘다 상징화된 내용의 표현이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예술은 신화보다 더 복합적이다. 신화의 상징화에 더해 이야기의 ‘감각화’를 거치기 때문에 상징은 더욱 확장된다



공감의 표현-소멸과 비극을 통한 세계의 순환


“게르만족 신들의 세계는 정적이지 않고,역동적임을 보여준다. 세계의 생성과 그 몰락을 다루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인물의 행동에따라서 다양하고도 상반된 기능을 담고 있다. . . 게르만족의 신화에 나타난 신들은 오히려 자신들의행위로 몰락을 초래한다.”
(라이너 테츠너 『게르만 신화와 전설』, 성금숙, 범우사, 2002, p.651)

“신들의 아버지로 군림하는 오딘은 거인 이미르를 죽이고 그의 시체로 우주를 창조한다. 특이하게도 게르만 신화에는 세계가 만들어짐과 동시에 그 몰락이 처음부터 예고되고 있다. 라그나뢰크로 알려진 신들의 몰락이 그것인데, 이 재앙이 있은 후또한 세계의 재탄생이 암시된다.”
(『게르만 신화와 전설』, p.10)


 ‘공감’이라는 공통된 신화적 밑바탕이 그리스 신화에서는 ‘변신’을 통해 표현 되었다면 게르만 신화에서는 ‘소멸과 생성의 맞닿은 관계’, ‘죽음과 생명의 순환’으로서 표현되었다. 죽음의 전제와 배신과 몰락이라는 비극의 역사가 인류를 관통하는 근원이 되는 것이 명랑한 그리스 신화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견지해준다



문화적 코드-'영웅'

 게르만 신화의 내용 중에서특히 ‘영웅’이란 신화적 코드가 현대에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웅이란 신과 인간의 중간자이자 매개자인 존재로서 ‘공감’의 맥락에서 상하세계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를 예로 들면 인간사 속에선 신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신들에게 있어선 ‘인간’으로서 기간테스와의 전쟁 승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낸다. 
게르만 영웅 신화는 지크프리트와 디트리히의 이야기로 대표된다. 이전설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생성되었으며 특히 민족이동의 시대와 관련이 깊다. 이로서 게르만 영웅 전설은 종전의 신화들보다도,또 어떤 문화권의 전설보다도 인간적이며 비정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또한 게르만적 토대인 죽음, 몰락과 함께 ‘정복의 역사’라는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다.

‘정복’은 게르만 신화 속에서 ‘공감, 교감’의 또 하나의 방식으로서 교감적 존재인 게르만 ‘영웅’의 성격을 규정 지어준다. 
‘공감’의 측면에서 신이 인간에게 관여하는 방식으로서 영웅을 인도하는 ‘길잡이’인 최고신 오딘의 성격을 먼저 살펴보자. 그는 최고신임에도 불구하고왕좌에 머물러 있는 것을 포기하고 끝없는 지식을 탐구하는 방랑자이자 마법사이다. 그는 영웅들의 비범한 능력과 혈통의 시조가 되며 직접 그들에게 모습을 보여 이끈다. 이들의 정복과 승리를 통해 나라, 종족들은 다양한 형세로 이어지고 뒤섞인다. 오딘의 ‘정복’을 이끄는 행위를 통해 신에서부터 지상의 각 영역들까지 교류가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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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딘의 행위는 모두 지식을 정복하려는 욕구에 기초하여 매우 변덕적이다. 후원받던 영웅은 오딘의 변덕으로 배신당하기 일수이다. 오딘이 지닌 양면성처럼 인간의 정복성에도 ‘과오와 몰락’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붙는다. 정복과 경쟁 속에서 인간은반드시 과오를 저지르고 상대에게 파멸당한다. 서로가 맞물리는 이 끝없는 파멸의 연쇄는 다시 인간과그 너머의 종족, 신에게까지 이어진다. 세계가 맞닿아 있기에한 영역에서의 파문은 이어진 물을 따라 그 너머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처럼 파문 잇기, 교감은 생명의 순환이라는 자연 현상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적 교류로서도 표출된다. 인간적 감정들, 그 감정의 약동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신들 역시 '인간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보물을 소유한 자가 세계에 대한 권력을 누리게 되는 보물을 둘러싼 전쟁에 관한 이야기, 또 죽음을 통해서만 배반을 속죄할 수 있었던 사랑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영웅의 업적과 참혹한 행위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개될 것이다.”
(『게르만 신화와 전설』, p.235)


“오히려 신과 인간의 관계는 마치 부모와 자식 사이처럼 허물이없다. 신들도 인간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은 불멸의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지전능 하지도 않다. 그들은 사랑할만한 약점들을 지닌 존재들이다.”
(『게르만 신화와 전설』, p.652)



 ‘영웅’이라는 신화적 코드는특히 시대와 결부하여 끝없이 변형되어 왔다. 각기의 예술 장르 속에서 표현되는 영웅들의 공통점과차이점을 발견함으로서 이러한 변형의 흐름을 짚어보자. 
 
먼저 앞에서 언급한 ‘지크프리트’를 살펴보자면 그는 고전적 영웅의 특징을 지닌다. 그는 최고신 오딘의 혈통으로서 비범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것을 증명해주는영웅적 징표(검 그란, 말 그라니, 마법의 망또)를 계속 획득함으로서 승리를 거둔다. 또한 왕통으로서 권력과 결합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각지의 고대 영웅신화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래부터 왕통으로 나거나 이후에 혈통의 확인 또는 영웅적 추앙을 통해 왕으로서의권력을 갖게 된다. 또한 강인한 남성상의 전형으로서 명예와 힘의 과시를 중시하고정복적 성향을 갖는다. 그에 따라 여성에 대해서도 정복적이고 남성적인 태도를 취한다. 또한 정복적 기질과 오만으로 인해 몰락하는 비극적 성격도 갖는다. 
이러한 서구적이고 남성적인 특성은 현대 영화 속 ‘히어로’의 원형이 되며 이후의 시대적 요구 속에서 변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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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프리트


 근세 이후부터는 민중적 영웅이 대두했다. 
민중적 사회의 비극적 토양 위에서 민중에 근거하며 민중을 위한 존재로 정체성을 갖추어 간다. 따라서 이전의 영웅들과는 달리 미천하고 가난한 혈통을 지니며 비범함이 아닌 현실적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현실성을 얻기 위해 영웅들은 실제 인물에 근거한다. 
 민중적 영웅에 관해 또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권력과의 분리’가 점차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민중의 편에 서서 권력층에 대항하는영웅의 역할은 이전시대 결합해 있었던 중앙권력 으로부터 점차 분리되고 반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의 히어로에 와서 더욱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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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혁명영웅을 그린 자크 루이 바라다의 ‘마라의 죽음’



현대 영웅의 표상 - 히어로

 현대에 이르러 영웅 이미지는 주로 만화나 영화 장르 속에 등장하는 ‘히어로’로서 구현된다. 대표적으로 마블 히어로, 특히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를 예로 들 수 있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 속 신을 직접 ‘히어로’로 끌어온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토르가 다른 신들보다도 특히 인간에게 호의적이고 친근한 신이라는 인식이 있다.


 “게르만 신화의 인간적인 신관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인물이 바로 토르이다. 천둥번개의신인 토르는 존귀함과 위엄을 갖춘 신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수호신이며 친구로서 활약한다.”  (『게르만 신화와 전설』, p.10)


 그의 동생으로서 또다른 신인 ‘로키’도 등장한다. 로키가 토르와 친형제가 아니며 이방자적 존재인 다른 행성의 외계인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나름의 신화적 근거를 지니는 설정이다. 로키는 본래 신들과 대립하는 거인 종족으로 토르와 친구가된 이후 오딘의 양자이자 신의 일원으로서 받아 들여지지만 무모한 행동들로 분열을 일으킨다. 
토르와 로크는 다른 영역과의 경계에 있거나 그에 가장 밀접한 존재들로서 공감적 코드를 보여주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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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아메리카는 2세기에 걸쳐 존재하는 영웅으로, 시대에 따른 영웅 이미지의 변화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본래 그는 2차대전 시기 국가의 실험을 통해 영웅으로 거듭난 군인이다. 철저한 국가적 영웅으로서 리더쉽과 충성심 등의 덕목을 갖추었으며 집단적이고 통일적인 목적을 추구했다. 그러나 현대에 다시 깨어나 개인주의적이며 개성적, 주체적 자아를 갗춘 동료 영웅들의 모습을 보고 갈등하며 점차 그도 그에 맞게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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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예들을 통해서 ‘가상적 영웅과 실화 바탕의 영웅의 분리’도 발견할 수 있다. 
 이전의 실제적, 현실적 영웅에 주목해오던 경향은 현대에 이르러 변화한다. 이제는 ‘가상적 영웅’이 영화등의 매체속에서 민중이 요구하는 판타지를 완벽히 구현한 영웅으로 이미지화 되며 실제적 영웅은 주로 순수 예술 장르 속에서 작가에 의해 개인적 측면에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분리의밑바탕에는 상업성과 ‘대중’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을 것이다. 
 민중 소망의 투영이 현대에는 가상과 실제를 ‘분리’함으로서 이뤄지지만 고대에는 실제를 ‘직접 변형, 즉 신화화’ 함으로서 이뤄냈다는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신화가 예술을 통해 표현됨에 있어 ‘시대’라는 맥락은 예술의 표현방식뿐 아니라 
신화의 내용, 텍스트와 독자간의소통 구조까지 모든 것을 변형시킨다.
따라서 시대와 결부하여 변화의 흐름을 읽어 갈 때
신화와 예술의더 다양한 면모와 의미를 통찰해 낼 수 있다.
인간사에 얽힐수록, 가장인간다우며 가장 ‘신화적’이다.



이미지- 구글,  www.hero-movie.com,  다음영화
참고문헌- 라이너 테츠너, <게르만 신화와 전설>, 성금숙, 범우사, 2002


[최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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