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진행중이던 모노드라마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고 왔다. 불이 꺼지고 무대 뒷 편에서 쾌활한 목소리와함께 등장한 배우 김경민은 여느 배우들보다도 더욱 열정이 가득해보였다. 당대 최고의 무희의 삶을 모노드라마로써 혼자 풀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첫 등장에 약간 힘이 들어간 듯 보였지만, 그것이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았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입장에서도 조금은 긴장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연극은 배우가 상자속의 어떤 편지를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의 도움을 조금 필요로 했었는데, 별 것 아닌 연출같지만, 이것이 모노드라마에서 발휘하는 힘은 꽤 큰 것 같다. 모노드라마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연출 중의 하나 인 것 같기도 하다. 남자 관객 한 명의 도움으로 연극은 조금씩 길을 찾으며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었다. 편지를 읽은 후 배우 김경민은 무희 최승희가 되었다. 일제시대, 꿈을이루기 위해 일본 유학길에 오른 최승희. 일본으로 가는 배에서의 모습을 인형극으로 표현했는데, 클래식한 나무 상자를 여니 준비되어 있던 인형세트는 참신하고 앙증맞았다. 이 때 외에도 몇 번의 인형극이 더 이루어졌는데, 작고 귀여운 인형이, 나중에는 조명까지 준비되었던 인형극세트가 연극에 힘을 크게 실어주었던 것 같다. 나에게 누가 이 연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인형극'이 꼭 포함되어있을 것이다.
무희가 된 김경민은 최승희가 꿈을 이루기 위해 겪었던 시련과 고난부터 보여주었다. 그녀의 스승인 이시이 바쿠의 무용스튜디오에서 청소를 하며, 일본인들에게 갖은 구박을 받았던 모습들이 잘 표현되었지만, 선생님의 역할과 최승희 역할을 번갈아 보여주다보니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노드라마로 꾸미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이겠지만, 그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이 진행되면서 최승희의 무용가로서 완성되어갔고, 배우 김경민 또한 최승희에 물들어 정말 다양한 춤을 선보였다. 의상부터 손짓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생각하며 만들어낸 것이 느껴져 감동적이었다. 물론 프로의 동작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준비한만큼 그 분위기는 살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난과 시련을 딛고 세계적인 무용수로 거듭난 최승희. 그녀가 갖고 있던 춤에 대한 열정은 극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무용수, 서구의 무용을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낸 최초의 무희의 삶 자체는 크게 와닿지 못했다. 인형극과 여러종류의 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지만 그러한 다양한 연출에 가려져 그녀의 삶을 온전히 다 표현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러닝타임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재미있게 봤지만, 연극이 끝나고 뒤돌아보니 이 연극에서 보여주려던 '최승희'의 삶보다 배우 '김경민'의 노력이 더욱 크게기억에 남아서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잊혀져 있던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 를 다시 한 번 세상에 내놓아주어서 정말 감사하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모르고 있었을텐데, 이번 기회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세상을 향해나아가던 '최승희'를 알게 되어 힘을 얻었고, 무용수로서 우리나라에 큰 업적을 안겨준 위인을 한 명 더 알게 되어 기쁘다. 내가 본 두 번째 모노드라마인데, 비록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다시 공연이 된다면 한 번쯤 재미있게 볼만한 연극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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