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존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을 느끼고 싶다면? 뮤지컬 '해바라기'

글 입력 2015.08.2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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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 뮤지컬 '해바라기'


※ 본 리뷰는 뮤지컬 '해바라기'에 관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포스터_수정_2015신진연출가전.jpg
 


<작품줄거리>


하늘과 맞닿은 언덕 위. 평험한 주택가.
재만의 집에는 치매할머니 수복과 그녀의 달 애란, 
그리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작가 지망생 우현이 세 들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뜨거운 여름 날, '뱀파이어 증후군'이라는 햇빛을 볼 수 없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연서가 그들의 옆집으로 이사오면서 밤에만 운영하는 슈퍼를 연다.
오래 전부터 동네 물건들을 모으는 수복의 요상한 고집병 때문에 집이 점점 지저분 해지자 
재만은 매일 같이 애란과 다투고 급기야 이사 갈 것을 요구한다.
지칠대로 지친 애란은 수복을 요양원으로 보내기로 결심하고 
이를 지켜보던 연서는 수복을 도울 방법을 모색한다.

한편 자신을 숨긴 채 집 안에 숨어 블로그에 글을 쓰며 살아가던 우현은 
수복을 돕겠다며 나서는 연서 때문에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안그래도 자신을 남편으로 착각하는 수복의 구애와
집주인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참견에 
이골이 나 있던 우현에게 연서의 등장은 반가울리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수복이 사라진다.
수복이 사라지기 전, 수복에게 도대체 언제 집을 치울거냐며 화를 낸 재만, 
시끄러우니 문 좀 그만 두드리라고 짜증을 낸 우현, 어머니에게 모진 말을 내뱉은 애란.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한다. 
이에 수복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갔다가 쓰러지는 연서를 보며 
사람들은 함께 하나되어 수복을 찾는다.

이상한 이웃여자의 오지랖과 기이한 행동 속에서 점차 호감을 느끼는 우현.
자유로운 이웃남자의 상상력과 순수함에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연서.
행복하고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이 두사람에게 긴 장마가 찾아온다.
이들은 긴 장마를 이겨내고 뜨거운 태양을 마주할 수 있을까?
대지 위에 서서 고개를 들고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지난 8월 21일 금요일,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뮤지컬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성수아트홀을 찾았다.
처음 공연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2015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에 선발된 4개의 작품 중 
유일한 뮤지컬 작품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고, 우리 이웃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치매노인의 이야기와 
'뱀파이어 증후군'이라는 상상 속의 소재를 결합시켰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KakaoTalk_20150823_214446495.jpg
 

공연장에 입장하자마자 눈길을 끈 것은 무대 정중앙에 배치된 하얀 상자들과 사각테두리의 구조물이었다.
단순하고, 약간은 썰렁해보이기도한 저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서 무대의 비밀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증후군'이라는 햇빛을 볼 수 없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연서가 동네에 이사를 오고, 
무대는 연서가 밤에만 여는 슈퍼가 되었다.
남들은 쓰레기더미로 여기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수복에게 무대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보물더미가 되었고,
집주인 재만, 세입자이자 수복의 딸인 애란, 또 다른 세입자 우현에게 무대는 삶의 터전이 되었다.
무대는 하늘 제일 가까운 곳에서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고 싶다는 
연서의 마지막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언덕이 되기도 했다.


특히 무대에 계속 등장하는 사각테두리의 구조물은 물리적인 '문'으로 사용되면서 공간을 나누기도 하고,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문'으로 대변되어 등장인물 사이의 정서 변화를 나타내었다.
극 초반 등장인물들에게 '문'이 침해받고 싶지 않은 개인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면
극 후반부로 나아가면서 '문'은 다가갈 수 있는 수단,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였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소재, 배우들의 열연, 중독성있는 노래, 
조명을 통한 밤낮의 대비도 뮤지컬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였지만
작은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공간감, 인물간의 정서적 거리감은 뮤지컬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화려한 세트도, 압도적인 수의 배우도 없었다.
하지만 약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무대의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기존 뮤지컬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고 싶다'는 임정빈 연출가의 바람이 통한 것 일까?
기존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이 제대로 녹아있는,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다.




아트인사이트.jpg

이 공연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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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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