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의식은 온전한가? 연극 [기억의 체온]

글 입력 2015.07.2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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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에는 다음과 같은 속설이 전해내려온다.
만약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돌연 내 앞에 나랑 또오오옥같이 생긴 무언가가 나타난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거기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니, 으.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하다.
다른 내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도플갱어가 나타나버렸다.
그것도 타인에 의해서.
더 흥미로운 점은 내가 모르는 기억의 일부가 도플갱어에게는 있다는 것.
나에게 있는 기억은 도플갱어에겐 없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이 둘이 만나면 서로 합쳐지며 기억의 공백을 메꾼다는 것.



온건한 기억을 1이라 하고 내가 갖고 있는 기억을 x라 하면
다른 도플갱어는 1 - x = (1-x) 의 기억을 갖고 있으니
서로 다른 내가 만나서 합치면?
x + (1-x) = 1 이 되어 온전한 기억으로 돌아올 것 같지만!
서로 다른 내가 경험했던 기억들이 합쳐지게 되니
(x+y) + (1-x+z) = 1+y+z
응? 같은 시간에 내가 서로 다른 장소에 가 있었다고?
혼란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 내가! 내가 둘이라니!
난 분명 하나인데 내가 둘이라니!

둘을 합쳤을 때 정신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y+z가 들어간 부분만 쏙~ 빼서 그 둘을 합치면 되겠네?
뒷수습은 나중에 처리하고! y+z만 있는 다른 도플갱어를 만들고 합쳤더니?
!?!?!?!? x + (1-x) = 1 되어야 하는데
왜 (1-a) 가 됐지..?

타인은 날 어떻게 알고 있을까?

나와 호흡이 잘 맞아 나의 전체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아니하여 나의 단적인 면 만을 보며 지내온 사람들도 있다.
아니 있을 수 밖에 없다.
누구나 마스크 하나쯤은 내면에 품고 다닌다.
타인의 인식에 맞추기 위해.



극의 전체적인 부분을 이끌어나가는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무엇보다 날 사로잡은 부분은 극 초반이다.
극의 초반 그들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진다.
사물이 존재하기에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기에 사물이란 것이 있는 것이다.
그냥 바위에 무언가를 두르고 그 위에 기도를 하며 신이 있는 것 마냥 행동하면 그 곳의 바위는 그냥 바위가 아니게 된다. 그 곳은 그들만의 신이 깃든 신성한 공간이 된다.

학기 중에 전공공부를 하며 종종 했던 생각이 있다.
내가 여기 없으면 그건 나에겐 더 이상 의미없는 것이 아닌가?
내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내 영역 내에선 내가 인지하지 않고 있으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니까.
(그 사물과 나는 '엄밀히 동일한' 시간 상에 존재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연극 기억의 체온

기억의 체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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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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