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원주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원적이지 않음' [문화 공간]

그만의 아우라를 찾아서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글 입력 2015.07.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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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 다원주의와 탈역사성
 
  하나하나 생겨나는 현대미술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미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험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의 미술은 하나의 비슷한 화풍을 가진 화가들이 만들어낸 ‘사조’의 역사적 집합이라면, 탈역사성을 지닌 현대미술 소장품들은 하나의 내러티브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각 미술관들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재배열할 수 있는 영역으로 존재한다. 이와 같은 흐름에 현대미술 큐레이터들은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재료로 삼아 다양한 테마를 제시하고, 이전과는 달리 보다 다원주의적인 감상을 요하는 전시를 기획한다. 오늘날 미술이 우리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관 또한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와 관람객 스스로가 다양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국립현대미술관 또한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이란 출신의 여성 사진작가 쉬린 네샤트, 욕망을 영상에 담은 덴마크 출신의 비디오 아티스트 예스퍼 유스트 등 지금까지 쉬이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예술세계로 관람객들을 초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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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이미지 vs 미술관의 아우라
 
  위와 같은 다원주의와 탈역사성이 현대미술을 타고 흐르는 공통적 흐름이라고 하여도, 각 현대미술관은 결코 같을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일뿐더러, 같은 이름의 미술관이 과천, 삼청동, 덕수궁 등 각기 다른 지역사회에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특히나 그렇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그리고 미술관의 ‘미래 관객’을 타겟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보다는 존재 자체로도 특별함을 선사하는 그만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개관 전부터 크나큰 관심을 받았던 서울관은 불행히도 개관 직후 개관전 관련 문제점, 해외 초대 작가들의 불만 등으로 인해 그 이미지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랬기에 미술관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지난 금요일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싶다.
그 곳에서는 분명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며 신비로운 작품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 미술관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던 친구와 함께 다시 한 번 이곳을 들렸을 때 생각보다 다양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한 손으로는 셀 수 없던 각 전시장에서 그들을 만나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각 전시장들의 낮은 연결성, 그리고 높다란 계단을 올라가야만 조금씩 있던 몇 개의 벤치들 등 작은 불편함이 관람객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연결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축가 민현준의 ‘형상 없는 미술관(shapeless museum)’ 은 국군기무사령부의 건물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조화로운 연결로 삼청동이라는 곳에 조용히 스며들자는 목표 하에 지어진 것이었으나, 나와 달리 사전 설명을 듣지 않은 친구에게는 건축구조의 혼재로 인해 건물 간 이동이 불편한 미술관으로 남게 되었다.
 


그만의 아우라 찾기
 
  결국 나는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미술관에서 다원주의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원한다. 즉, 미술관에서의 전체적인 연결성이 현대미술을 접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중요하기에 미술관의 복잡함과 이해를 방해하는 자그마한 요소들까지도 짚으려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도심과 인접해있다는 특징 덕분에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을 즐기기에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다른 미술관들과는 차별화된 매력과 작은 배려로 서울관만의 특별한 아우라를 빚어낸다면, 단순하게 ‘이미지를 관리하는’ 미술관이 아닌 시민이 사랑하는 미술관으로 자연스레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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