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족은 언제나 웃기고 슬픈 법, 연극 '형제의 밤'

글 입력 2015.06.11 14: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873ff4656f1996106d0db6240c5de060_cUdfBMbcTZBeLU5s.jpg


시놉시스

한 집에서 살아온 철천지원수지간은 두 놈, '이수동'과 '김연소'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 으르렁, 그야말로 찌질함의 표본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형제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던
부모님이 한 날 한시, 한꺼번에 돌아가셨다.

더 이상 같이 살 이유가 없어져 따로 살려고 하는데,
미처 몰랐던 그림 한 점이 집 안에서 발견되며,
아직 '그들을 이어주는 끈'이 어쩌면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가 살고 싶은 놈 '이수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고 싶은 놈 '김연소'는 쉼 없이 티격태격하며 추리를 시작한다.

이 '웃픈' 형제의 밤, 무엇이 밝혀질 것인가?


21114713_099.jpg


작다!

연극의 첫인상이었다. 이번 공연 장소는 네다섯 걸음 걸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무대였다. 무대에는 그 흔한 높이 구분도 없어서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면 바로 무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견 초라해보이기까지 한 무대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 형제에게 딱 맞는 작은 집이었다. 

연극은 휴먼 코미디라는 소개답게 웃음이 나올라 치면 진지해지고, 무거워진다치면 다시 웃음을 나오게 했다. 수동과 연소, 둘은 각자의 부모님에게 입양되어온 아이다. 안 맞아도 그렇게 안 맞을 수가 없다. 부모님이 서로 알게 된 계기가 둘 사이의 칼부림이라니, 말 다했다. 어느날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부모님이 남긴 '수연'이라는 한마디와 숨겨져 있던 샴쌍둥이의 그림은 새로운 인연으로 그들을 이끈다. 하지만 극과 극인 형제답게 둘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부모님의 유언을 있는 힘껏 다해 지키려는 연소와 입양됐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유언을 묻으려는 수동 사이에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와 바지를 스윽-벗는 모습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숨겨도 될 옷갈아입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에서 인물들의 가장 내밀한 모습까지 보여주겠다는 연극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24151_48818_2612.jpg


극을 보면서 가장 공감가는 장면은 형제가 서로 다툴때였다. 형제 자매 남매 할것없이 싸우는 건 똑같다는 셍각이 들었다. 물론 사진에서와 같이 격한 몸싸움은 벌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나이 터울이 그닥 나지 않는 형제는 쉴틈없이 싸우기 마련이다. 드센 연소와 까칠한 수동이 서로 말싸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들이 나와 오빠를 보는 것 같았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나오다가도 서로 싸울때는 힘을 빼고 투닥거리는게 역시 형제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연극의 마지막은 핀란드에 도착한 수동과 연소가 또다른 형제 연을 기다리며 끝이 난다. 난생 처음 와본 나라를 눈부시게 바라보는 형제의 모습은 눈물겹다. 하나의 코트를 나눠 입은 둘의 모습은 샴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그대로 그들의 인연을 기다린다. 한 몸으로 태어나 나뉜 형제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14335082398844.jpg


태어나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 서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을 우리는 보통 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연극 <형제의 밤>에서 이들은 형제라는 이름 아래 무조건적인 애정을 나눈다. 샴쌍둥이로 태어난 '수'와 '연' 중 '연'만이 남은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가족 간의 관계는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결국은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둘로 태어나 하나가 되고, 하나에서 둘이 되어간다는 아버지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배우는 두명밖에 나오지 않지만 땀이 비오듯 하던 엄청난 열연 덕분에 하나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더 번듯한 무대에서 했다면 이만큼 몰입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무대부터 연기까지, 모든 부분이 너무나 잘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형제의 밤
 
 
일시 : 2015.6.2-6.28
 
시간 :  평일 8시 / 토요일 4시, 7시 / 일요일 4시
 
장소 : 대학로 키작은 소나무 극장
 
티켓가격 : 일반석 30,000원
 
제작, 주최 : 으랏차차스토리
 
주관 : (주)후플러스
 
관람등급 : 만 12세이상관람가

문의 : 070-4203-7789



서포터즈4기_임여진님.jpg



[임여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