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프레이 레지스탕스, 뱅크시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0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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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스탕스(Resistance)'는 ‘저항’을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흔히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저항하여 유럽, 그중에서도 주로 프랑스에서 일어난 지하운동단체를 의미한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조국을 짓밟는 독일의 군홧발에 맞서 싸워 마침내 그들의 조국과 자유를 되찾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 전쟁이 끝난 지금도 레지스탕스가 있다. 그는 총 대신 스프레이를 들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적이 아닌 벽에 사정없이 뿌린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스스로를 '아트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는 그는 나에게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세계적인 그래피티(Graffiti) 작가 ‘뱅크시(Banksy)’다.


 뱅크시는 아무도 모르는 유명인사다. 뱅크시라는 이름도 가명일 뿐 본명도, 나이도, 사는 곳도, 아무도 모른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영국 브리스톨 태생이며 14세부터 그래피티를 시작했다는 것 정도. 어찌됐든 그래피티가 엄연한 불법이니만큼 경찰에 잡히면 곤란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의 작업시간은 무려 평균 35초라고 한다!). 그는 브리스톨에서 시작해 영국 뿐 아니라 뉴욕, 팔레스타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논란이 되었던 '쥐20' 포스터로 유명해졌는데, 그의 그림에 쥐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합.png▲ 뱅크시의 쥐 그림과 G20 포스터의 쥐.



 뱅크시의 작품은 발상이 참으로 기발하고 독특하다. 한 점 한 점을 볼 때마다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다. 게다가 벽을 단순히 캔버스로만 쓰지 않고 그 벽에 있는 균열, 긁히거나 부서진 부분 등 주변 요소까지 고려해 어우러지는 작품을 완성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피식, 하하하 하며 웃을 수 있는 유쾌함과 경쾌함을 선사한다.


합2.png▲ 얼룩말의 얼룩을 세탁한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우측의 그림은 깨진 벽을 동물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유쾌함에서 그치진 않는다. 동시에 어딘가 불쾌해진다. 우리는 마치 정곡을 찔린 것처럼 뜨끔하고, 담배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진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또는 신경 쓰지 않는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현실들을 끄집어내어 눈앞에 선명하게 보여주고, 신랄하게 풍자한다.    


'이래도 외면할거니?’


합3.png▲ 살찐 부자들과 비쩍 마른 아이의 대비가 안쓰럽다. 수면에 비친 글자는 반어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
    


 예술도 그의 스프레이를 피해갈 순 없다. 그는 예술을 예술로서가 아닌 단순한 자기과시와 허영의 용도로 소비하는 현대사회, 예술성이 아니라 상업주의에 끌려가는 예술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의 도둑전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대영 박물관에 원시인이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모습이 그려진 가짜 암각화를 몰래 두고 나왔는데, 무려 8일 동안 전시되었으며 아무도 그것이 가짜임을 알지 못했다. 이에 뱅크시는 말했다.


'문화생활을 사랑하고 즐긴다는, 소위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티 나는 가짜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예술인가?


이외에도 그는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유명 전시관에 자신의 작품을 ‘수차례’ ‘몰래’ 걸어 전시한 바 있다. 정말인지 대담하고 발칙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합5.png▲ 돌 위에 사인펜으로 그려낸 카트를 미는 원시인. 대영박물관에 8일 동안이나 전시됐다.



 하지만 뱅크시가 그저 비판하기만 하는 날카로운 작가는 아니다. 가슴 따뜻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는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등 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지역에 희망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모음으로써 분쟁 해소를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


합4.png▲ 분쟁지역인 중동 베들레헴에 그린 벽화. 평화에 대한 소망을 그리고 있다.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생각하게 하며, 세상의 부조리와 예술조차 비판하고, 동시에 평화의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뱅크시. 뱅크시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멋진’ 예술가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한국의 담벼락에도 그가 다녀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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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뱅크시 공식 블로그>, http://banksy.co.uk/in.asp

<서울메이트 블로그>, http://blog.naver.com/i_sfac/220007421960

<가디언>, http://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03/jul/17/art.artsfeatures

[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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