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언어와 감정, 그리고 소통' 그 중요성에 대해서.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글 입력 2015.03.1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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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일요일에
아트인사이트 문화 초대를 통해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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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국립극장은 정말 오랜만의 방문인데요,
그중에서도 별오름극장은 처음 방문하는 극장이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좌석 배치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소규모의 극장입니다.
그래서 더욱 극에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시에나.jpg

공연을 보기 전에는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딘지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관람하고 나니 그 이상의 작품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넘어서 
차가운 느낌의 무대와 기괴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를 선사합니다.
또한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여 관람한다면, 
굉장히 슬픈 작품이기도 합니다.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부모로부터 과거에 커다란 상처를 받고
삶의 한계에 다다른 시에나가 그를 극복하기 위해 
기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에나'는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아이답지 못함을 강요받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일에만 몰두하는 부모에게.

극 중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반복됩니다.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

위의 대사와 같이,
결국 시에나의 감정은 언어를 갖지 못 해서
외롭다는 말조차 할 줄 모르게 됩니다.
이는 곧 극심한 외로움이 되고,
그 외로움은 점점 자라나 괴물이 되어
시에나를 괴롭히게 됩니다.

배우들은 이 대사를 집요하게 반복하는데,
음절과 어절을 무시하며 반복적으로 내뱉는 이 문장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내 극 중에서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줍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언급된 것 같다고도 생각됩니다.
그래서 극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몰입이 깨진 점도 없잖아있는 것 같습니다.


시에나의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은
그녀의 기억 속 파편의 모습인 1장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시에나가 불안을 견디지 못해
신경질적으로 허벅지를 긁는 연기는
굉장히 섬뜩할 정도로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은 시에나의 그러한 여러 행위들을 통해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잘 묘사하였습니다.

이러한 '시에나'의 모습은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슬프게 느껴집니다.

특히 시에나가 힘겹게 마음속의 괴물을 이겨내고, 
한 걸음씩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현실적이고도 인상 깊었습니다.
완벽히 치유된 것이 아니기에 현실적이었으며, 
시에나의 지금까지의 상처받은 감정들,
그동안 겪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외롭다고, 같이 있어달라고 
서툴게 말하는 시에나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를 관람하고 난 뒤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가족 간의 소통의 부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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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에서 나오는 빌리와
시에나는 어딘가 닮아있습니다.

극 중 빌리는 청각장애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빌리를 다른 청각장애인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기에,
가족들도, 빌리도 모두 수화를 배우지 않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빌리는 잘 들리지 않았기에 가족들의 대화를 항상 추측해서 해석해야만 했고,
가족들은 그런 빌리에게 항상 '적당히' 대답해줍니다.
아무도 그 대화의 본질에 대해서 말해주려 하지 않습니다.

빌리와 가족들은 대화를 하지만 대화를 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소통의 단절로 빌리의 감정은 
시에나와 마찬가지로 언어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빌리 또한 시에나처럼 자신만의 괴물을 키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두 작품 모두 소통과 언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있는 작품입니다.
혹시 이 작품을 관람하신 분이라면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또한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어와 감정,
그리고 소통.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연출은 어찌 보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지극히 취향이었기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배우들 각자의 개성 뚜렷한 연기가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운이 많이 남아서 괜스레 
한번 더 관람하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이기도 합니다.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3월 27일 금요일까지 공연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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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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