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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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입체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이 그림은 바르셀로나의 아비뇽이란 지역의 사창가 여성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의 의도는 매춘굴에 이 그림을 거는 것 이었다. 또한 피카소는 원래 이 그림에 여인들 외에 해골을 들고 왼쪽에서 들어오는 의과 대학생과 선원을 그릴 예정이었으나 결국 그리지 않았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1907년에 그려졌지만, 실제로 세상에 선보이게 된 시기는 1916년이다. 그러나 과연 피카소가 이 작품을 완성 했다고 생각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림의 완성 여부를 두고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오른쪽의 두 여인에서 부터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비뇽의 처녀들 최종.jpg

    ▲ <아비뇽의 처녀들>, 파블로 피카소, 1907


 두 명의 여인은 원시 시대 아프리카 조각의 마스크와 유사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세잔이 그린 그림과 비슷한 점이 있다. 즉 서로 연관성이 없는 시대를 넘나드는 그림 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과도기적 성격 때문에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이 그림이 ‘미완성’ 상태라고까지 평가한다.


 현재까지 정설로 인정된 가정에 따르면, 1907년 가을에 아프리카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된 피카소가 그림의 오른쪽 두 여인을 덧그려 넣었다고 한다. 피카소는 아프리카 조각에 내재된 사나움과 자유로운 형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여인의 얼굴 형태는 아프리카 조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원형이면서 특히 눈과 코의 형태 표현이 유사하다. 아프리카의 조각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표현할 때 코와 뺨을 이어주는 입체감을 표현하지 않고, 단지 몇 개의 평행되는 사선으로 그어주었다. 그림 속의 오른쪽 두 여인은 이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어 나머지 3명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든다. 특히 얼굴에서 어딘가 더 거칠고 야만적인 붓터치가 느껴지기도 한다.


바반기 마스크.png

                                                      ▲ <바반기 마스크> 아프리카 원시조각

                                                         (콩고지방 출토)


 뿐만 아니라 오른쪽 위의 여인의 가슴 부분은 검은색으로 거칠게 묘사되어있다. 이는 세잔 그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파사주’기법(passage:두꺼운 붓질의 병치로 색면을 만드는 기법)과 유사하다.


 또한 피카소는 세잔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들을 차용하여 그린듯 하다. 오른쪽에서 앉아있는 여인은 세잔이 그린 <목욕하는 세 사람>에서 맨 오른쪽에 앉아있는 여인의 자세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세잔 목욕하는 여인들.png

                    ▲ <목욕하는 세 사람>, 폴 세잔, 1879 ~ 1882년경


  왼쪽에서 두 번 째 여인의 자세도 마찬가지로 세잔의 <텐트 앞의 욕녀>에서 서있는 여인과 비슷하다.


텐트 세잔.png

                                 ▲ <텐트 앞의 욕녀(浴女)>, 폴 세잔, 1883 ~ 1885년


  당시에 이 그림이 파격적인 그림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에 있다. 여인은 앉아있는 뒷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얼굴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일원적 시점에서 벗어난 복수의 시점이 존재하는 그림인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기괴하다고 느꼈을지 모르나, 피카소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오히려 사실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형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점은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을 그림에 그대로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다. 나중에 이에 대해 더 파고든 피카소는 대상을 분해하고 해체하기까지 이른다.


 이러한 점에서 <아비뇽의 처녀들>은 사실과 가까운 그림에 도달하기 위해 그만의 확고한 생각을 정리하기까지의 과정과 같은 그림이었다. 원시 시대 조각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시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 2011, pp. 52-62.

*「피카소 걸작展 」, 1985.10.04 ~10.30, 湖巖갤러리

* 팀 힐튼, 「시대를 읽는 천재 화가 피카소」, 2010, pp.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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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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