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뜨는 핫플레이스에 우는 예술가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1.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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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국제시장이라는 단어가 흘러 나왔다. 흥행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뭐 그런 내용이겠거니 생각하고 채널을 돌리려는데 이게 웬걸,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꽃분이네가 문을 닫는 다는 이야기였다. 유명세덕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매일 국제시장을 찾고, 꽃분이네를 찾는데도 불구하고 왜 문을 닫아야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그 유명세때문이었다. ‘꽃분이네는 벨트, 지갑 등 소소한 잡화를 파는 평범한 가게인데다가, 그곳을 찾는 수많은 인파는 그들의 소비자가 아니라 관광객일 뿐이어서 매출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유명세를 탔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임대인이 권리금 5천만원을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가게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꽃분이네의 사장님은 그 이야기를 하는 내내 우셨다.

 

  이 경우 뿐만이 아니다. 삼청동과 홍대에 자리잡고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던 많은 이들은 이제 그곳에 없다. 그곳엔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 술집들이 늘어서있을 뿐이고 결국 사람들이 그곳들을 찾는 이유였던 소박한 정체성은 잃어버리고 그저그런 데이트장소로 전락해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비교적 물질이 풍부한 사람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빈곤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올라 지금까지 살고 있던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거나,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서구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현상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도시화를 멈추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불가피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현상이 과거에는 20여 년의 주기로 나타났던 것에 비해 현재는 5~6년의 매우 짧은 주기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라면 이 주기는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예전의 주기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특징은 매우 빠르다는 것 이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문화적, 예술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는 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쉴 곳을 찾아 다니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문제점은 그렇게 뜨는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은 바로 예술가들이지만 정작 그 공간이 주목받고 난 후에 그들은 그 곳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에 있다. 수요가 많아지는 곳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다루면서 자본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러한 지역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만 바꿔도 이 현상이 조금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거리를 방문할 때 정말 그곳을 예술을 향유하고 느끼기 위한 공간으로만 다가간다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할 일도 없을 것이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설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저 방문했다는 인증샷을 한 번 찍기 위해서, 근처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것은 아닌지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문화예술거리를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가들의 터전을 빼앗는 건 임대업자가 아니라 우리일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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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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