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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장편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시선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시선을 통해 타인을 평가하고, 이는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다. 그리고 평가를 내린다. 이 사이에서 나의 사정을 설명하거나 변명할 기회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타인의 시선이 늘 무섭고 불편했다. 시선에 의한 평가는 사람들이 외모를 볼 때, 특히 여성의 외모를 볼 때 가장 잔인해진다. 이 시대 여성에게 외모는 그저 외모가 아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여자가 예쁘게 태어난 것은 고시 3관왕을 달성한 것과 같다’라는 말을 했다. 이처럼 외모는 하나의 권력이자 스펙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남과 비교를 하며 자신을 자책한다. 비단 외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왜 남보다 돈을 못 버는가, 나는 왜 남보다 초라한가, 나는 왜 남보다 행복하지 못 한가. 수많은 질책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며 타인의 시선을 내 안에 심는다. 그리고 나를 스스로 평가한다. 자신의 가슴에 스스로 상처를 내곤 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바보 같다고 못하겠다. 왜냐하면 나도 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서 과연 못생긴 사람이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잘생긴 남자가 못 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들으면 무슨 10대들의 인터넷 소설, 또는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쪽과 거리가 멀다. 통통 튀는 로맨스 쪽보다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모래성을 쌓는 과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못생긴 여자, 꿈이 없는 남자, 그리고 외로운 남자. 이 셋이 모여 서로를 쓰다듬고, 조심스럽게 자존감을 채워가는 이야기. 이 책을 그런 이야기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못생긴 여주인공이 무조건 행복해지기를 빌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다. 부족한 자신에 대한 자책, 자신의 초라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무덤덤함, 그러나 그 속에서 꾸준히 상처받고 있는 연약함이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러한 그녀에게 그는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너를 사랑한다고. 이상한 것은 네가 아니라 속물근성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이라고. 그러한 위로가 내겐 큰 위로가 되었다. 자책의 화살을 내가 아닌 세상으로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얼마나 막연한 위로인가를 깨달았다. 그 동안, 나는 이 책에서 내가 보고 싶은 부분 만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결국 자존감을 회복한 곳은 켄터키 치킨집과 요한, 그가 있는 한국이 아닌 낯선 외국의 땅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내면을 충만하게 만듦으로써 해결한 것이 아닌 도피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이것이 정말 외모와 자존감의 문제를 위한 진정한 해결책인지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순간의 해결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곳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그녀는 똑같이 침울해질 것이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똑같이 도피라는 선택을 할 것이다. 이것은 진정 그녀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곱씹으며 나는 이 소설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판타지를 보며 나는 얄팍한 자기위로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가장 여전히 좋은 소설이다. 책이 나에 대한 어떤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든 별로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소설에 나는 얼마나 공감했으며, 이를 통해 내가 얼마나 위로 받았는가 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치킨집 사장님이 ‘HOF’를 ‘HOPE’로 실수로 썼을 때, 그들이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이 소설을 읽는 중간에 얼마나 행복하고, 큰 위로를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철자의 옳고 그름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방법이 어떻든 표현이 어떻든, 내가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네 사는 것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완벽한가가 아니다. 바로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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