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 초청 콘서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글 입력 2014.12.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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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 초청 콘서트-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지난 주말, A가 추천해 준 영화 목록 중 끝까지 아껴 두고 보지 않았던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관람하였다. 서로의 취향이 워낙 다른 관계로 크게 다툴 일도 없지만 그만큼 공감하는 점도 꽤나 상이한 사이인 사람. 그렇지만 내 사람인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를 봐야만 할 것 같았고 (배려도 연애의 한 소통 방법이니까) 피아노를 좋아하는 그가 강하게 추천해 준 이 영화만큼은 깊이 있게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시간을 내서 관람하였다.내용인 즉, 피아노 천재로 거듭난 인물이지만 배 안에서의 모든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그는 사랑도, 성공도 모두 두려움 속에서 결국 포기하게 된 게 아닐지…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결국 이 영화에서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사람이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면에서 모든 걸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라는 점이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전제로 모든 걸 의미 부여를 하는 존재가 아닐지…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 주고, 함께 즐기며 기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주인공은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을 것이고, 인생의 의미를 되새겼을 것이다. (A 왈, 심층적으로 분석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면 안되냐 라는 소리를 했다)아무튼, 이렇게 인상 깊었던 점들을 나열하다 보니 음악과 피아노,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던 모습들은 12월 22일 관람한 공연에도 오버랩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안겨 주었다. 과정을 이야기하면 길어지는, 야근을 하다 못 가게 될까 초조해하다 관람하게 된 올 한 해를 마무리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된 <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 초청 콘서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후기를 포스팅하고자 한다.이번 공연은 올해 공연 중 가장 호화스럽고 눈과 귀가 다채로웠던 공연 중 으뜸이었다. 올 초 개관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슈베르트의 가곡과 겨울 풍경을 고스란히 자아낸 미디어월이 함께 한, 이후 맛난 핑거푸드와 와인이 함께 한 파티까지.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선상 파티 장면처럼 모든 게 즐겁고 기대되고 흥분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 초청 콘서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행사가 개최된 호텔에서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퍼포먼스 팀에서를 기획하여 이루어진 7번째 공연이다. 오로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만을 탐구해 온 독일의 낭만 가객 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의 첫 내한 공연으로 12월 22일 저녁 8시에 진행되었다. 총 24곡으로 구성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독일에서 온 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의 단독 공연으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전 프리뷰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번 공연이 타 바리톤 공연과 다르게 이색적인 이유는 바로 ‘도전’과 ‘역발상’에 있다라는 점이다.그는 그린란드, 남극 빙산 앞, 댐, 광산, 지하철역 등 보통의 공연 장소로 생각하기 힘든 장소들을 무대 배경으로 삼아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표현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도전들을 통해 클래식 공연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이번 내한 공연 또한 차갑고도 시린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품격 있는 공연으로 진행되었으며 중후하지만 무겁지 않은 바리톤 특유의 음색을 향유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지면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내한 공연은 ‘외로운 겨울 나무’를 담은 설경을 중심으로 시-청각 이미지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실제 나그네의 이동을 물리적으로 다룰 수 없는 점을 모자를 쓰고 긴 블랙코트에 오래된 여행가방을 메고 스카프를 바닥에 놓는 등의 퍼포먼스로 묘사했다고 한다.약 90여분 동안 쉴 틈 없이 진행된 무대는 이방인의 여정을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줬는데 개인적으로 남기고픈 곡은 바로 20번째 곡인 ‘이정표’다. (실제 그는 24곡 중 1번 ‘안녕히’와 11번 ‘봄의 꿈’ 그리고 20번째 ‘이정표’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다.)20. 이정표도대체 왜 난 다른 여행자들이 다니는 큰길을 피해,눈 덮인 절벽 위에서숨은 오솔길을 찾는 것일까?난 사람들을 피해야 할만한아무런 짓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어떤 어리석은 갈망이나를 황야로 몰아넣는 것일까?이정표들은 길 위에 서서도시들을 가리키고 있고,나는 한없이 방랑하네쉬임 없이, 쉬기를 갈구하며,이정표 하나가 내 앞에 서서나의 시선을 붙잡네.아무도 돌아본 적이 없는,그런 길을 난 가야만 하리.(독일어가 원작, 영어로도 번역되어 있으나 이해하기 쉽게 한글 번역본을 올려봅니다)19세기나, 지금 현대 산업사회나 결국 인간은 방랑자와도 같은 존재다. 봄이 가면 겨울이 오고, 절망 속에서 또 다시 행복을 찾으려 하고, 그 안에서 여전히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그런 존재 말이다. 각자의 삶, 방랑자의 모습을 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는 ‘Life-Performance’로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통해 우리에게 인생의 예술적 의미를 찾기를 바라는 듯 하였다.하얀 설경 위에 고독한 젊은이.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했던 <바리톤 부크하르트 폰 푸트카머 초청 콘서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시적-청각적 향연으로 남은 연말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공연에도 함께 하고 싶은, 화려한 파티와 직접 인사 나누며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 멋진 관객들이 함께 한 공연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 짓고자 한다.[오윤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