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빛깔 - 지상의 별처럼 (Like Stars on Earth, 2007)

글 입력 2014.12.2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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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별처럼 (Like Stars on Earth, 2007)

감독- 아미르 칸, 아몰 굽테

163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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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곱하기 9는 3이 될 수 있을까? 낙제를 면하지 못해 이 년째 삼 학년에 머물고 있는 여덟 살 꼬마 이샨의 눈에 3은 지구이고 9는 명왕성이다. 지구가 명왕성을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샨의 세계에서 3 곱하기 9는 곧 3이다. 이샨 앞에 놓인 글자들은 조금도 가만히 멈춰있지 않고, 춤을 추며 날아다닌다. 그렇기에 한시도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이샨은 항상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기 일쑤. 8점 맞은 시험지에 부모님의 사인을 받지 못해 뛰쳐나온 학교 밖은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아이스크림이 색색이 녹아내리는 모습과 햇살이 비치는 모양에 따라 색을 바꾸는 수면, 거대한 흙더미를 단숨에 들어 올리는 굴착기까지. 이샨에 눈에 비친 세상은 황홀한 별천지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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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은 이샨을 이샨의 세계 속에 머물도록 두지 않는다. ‘정상’의 세계가 가진 눈으로 바라본 이샨은 말 그대로 사고뭉치의 저능아일 뿐. 이들은 이샨을 ‘정상’의 범주에 내려놓기 위해 끊임없이 윽박지르고, 노트와 시험지 가득 빨간 줄을 그어놓는다. 결국, 이샨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질서, 기강, 노력’을 교훈으로 하는 엄격한 기숙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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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화면구성은 이샨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동시에 그 색채를 즉각 반영한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이샨이 감감한 운동장을 뱅뱅 도는 장면은 백 마디의 대사보다 인상적이며 압축적이다. 또한, 영화는 이 대목에서 우리를 향해 소리 없이 질문 하나를 던진다. 이샨이 바라보는 세계를 우리는 과연 무용하다고 쉬이 말할 수 있는 걸까?

애초에 무용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용한 것은 존재하는 걸까? 세상에 다양하게 수 놓인 반짝이는 사물들 이를테면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조약돌 하나와 풀 한 포기, 꽃이 저무는 모습과 물결을 따라 헤엄쳐가는 물고기의 모습은 그저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은가. 이샨은 이러한 세계에 대해 산새보다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보이는 게 사실 안 그렇고, 안 보이는 게 사실 그렇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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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사실 안 그렇고 안 보이는 게 사실 그렇기도 해요”




미술 선생 니쿰브의 등장은 구원에 가깝다. 그는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엉뚱한 피에로 복장을 하고 나타나 경직되어있는 아이들 앞에서 플루트를 불고 춤을 춘다. 탁자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그리느냐 묻는 아이에게 무엇이든 마음껏 그리고 칠하라고 말한다. “너희의 멋진 상상을 펴는데 탁자는 너무 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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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색상처럼,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꿈을 꾼다. 그 예쁜 꿈들이 품고 있는 빛깔은 저마다 다르기에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해진 성공의 척도를 들이대며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구분한다. 하지만 어쩌면, ‘정상’과 ‘비정상’을 판가름하려 드는 그 시선이 ‘비정상’인 것은 아닐까. 영화는 다시금 우리에게 말한다.



그 어떤 아이도 낙오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며, 어린 시절 세상에 수놓고 싶었던 나의 빛깔은 과연 어느 색이었던가를 다시금 질문해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영화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불 꺼진 마음 한편에 등불을 켜는 시선에 몸을 맡기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것이다.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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