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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시대의 미감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1992년의 지현 씨처럼, 일흔의 할머니처럼, 서촌의 횟집 사장님처럼
저 간판들이랑 SNS 화면이랑 좀 닮은 것 같지 않아? 하루는 누군가 그런 말을 꺼냈다. 거리를 가득 메운 번잡하고 피로한 형형색색의 간판들을 보며 감상을 나누던 와중이었다. 조잡한 유행어로 만들어진 입간판, 누가 더 크고 요란한지 대결이라도 하려는 듯 건물의 외벽을 잡아먹은 수많은 네온사인과 간판들. 거기에 적힌 글자들은 눈을 어지럽게 했고, 그 글자들
by
김그린 에디터
2026.08.12
리뷰
공연
[Review] 도망치는 인간 - 플리백
참 서글픈 사랑 이야기이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어떠한 일에 있어 두말할 필요 없을 만큼 당연한 것들이 존재한다면, 예컨대 여름의 푹푹 찌는 더위가 몰고 오는 짜증스러움이나 수고스러움이라든지, 한편 그런 것이 있음으로 해서 서로 낯선 사람들은 더불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말없이 당연한 것들이라면 힘주어 설명할 필요도, 설득할 필요는 더더욱 없을뿐더러 어쩜 서로 다른 우리는 바로
by
서상덕 에디터
2026.08.05
오피니언
공간
[Opinion] 도망과 해방, 사색하기 [공간]
경주에서 <지상의 양식>을 생각하다
최근에 경주와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사실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난 곳, 그것도 상당히 먼 지방까지 출장을 다녀오게 되어 내심 들뜨기도 했다. 게다가 경주는 내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 가는 하나의 관광 명소이고 부산은 다녀온 지 5년도 넘었기에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은 불국사 템
by
유민 에디터
2026.08.02
리뷰
영화
[리뷰] 기억이 이어지는 한 우리를 지울 수 없다 - 시크릿 에이전트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리뷰
영화 한 편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화려한 액션이나 충격적인 반전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던진 질문이 마음속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 최근 주한브라질대사관과 함께 열린 프리미엄 시사회를 통해 먼저 영화를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시사회에는 페르난도 피멘
by
유민재 에디터
2026.07.13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두두리는 도망치지 않는다 [문화 전반]
굿즈 줄과 책들,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출판사들 사이에서 누가 읽고 누가 쓰는가를 물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 타지 않는 불 앞에서 두두리는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다. 도깨비의 원형이라고도 하고, 동시에 대장장이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고 한다. 두두리는 불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불은 나무로 된 그의 몸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두려운 대상이지만, 그에게는 불을 다루는 슬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이 존재를 빌려
by
최은파 에디터
2026.06.30
리뷰
영화
[리뷰] 더는 도망치지 않기 위해 - 하나 코리아 [영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선택한 혜선의 이야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단이라는 디스토피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 말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학창 시절, 사회 시간이면 북한과 통일 주제가 꼭 한 번쯤은 나왔다. 교과서에 따르면 처음엔 그들이 먼저 발전했지만 경제 개발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금은 불우하게 살고 있고(통계를 보
by
안태준 에디터
2026.06.26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일출의 소나타, 도망쳐 도착한 곳에 있던 삶에 대하여 [영화]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쿄 소나타>
붕괴하는 버블 경제 <큐어>, <회로> 등 스산한 공포·스릴러 영화의 거장으로 알려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2008년 가정을 무대로 한 홈 드라마 <도쿄 소나타>를 선보였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영화는 그 어떤 호러 영화보다 섬뜩한 현대 사회의 공포를 담고 있었다. 당시 일본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장기 침체(잃어버린 10년
by
신영주 에디터
2026.06.15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아! 그래서 올 거야, 올 거야? - 연극 '노란달' [공연]
마침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됐으니까
청소년극을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단순히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그 모든 이야기가 청소년극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청소년극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때로 청소년기는 기성세대의 문법에 편입되기 전의 불안정한 과도기를 보여주는 듯도 하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이야기는 조금 더 솔직하고 가감 없는 '날것' 같다는 인식이 크지만,
by
손현진 에디터
2026.06.05
리뷰
공연
[Review] 도망칠 곳 없는 세계에서 마주친 책임과 가능성 - 연극 '아이들' [공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 본 리뷰는 연극 <아이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재난 앞에 선 개인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또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가. 이건 가능성과 책임에 대한 문제다. 순식간에 삶을 무너뜨리는 재난 앞에 선 개인이 쥘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이고, 짊어져야 할 책임은 또 무엇일까. 극단 돌파구의 연극 <아이들>(루시 커크우드 작, 전
by
손현진 에디터
2026.05.30
오피니언
드라마/예능
[Opinion] 가장 안정적인 회피형 [드라마/예능]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당신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 타입인가? 과감하게 정면 돌파를 하는 편인가, 혹은 회피하는 편인가? 헝가리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Szégyen a futás, de hasznos' 비록 창피하게 도망쳐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도
by
윤경주 에디터
2026.05.23
리뷰
영화
[Review] 도망치듯 달려나가는 세 소녀의 여름: 영화 "올 그린스"
무모하지만 간절한 세 소녀의 계획은 실패할지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청춘의 에너지를 닮아 있다.
"올 그린스"는 답답한 시골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한탕을 꿈꾸는 세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크라임 영화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붙일 곳 없는 히데미, 예쁘고 쾌활해 보이지만 말 못 할 사정을 지닌 미루쿠, 꿈과 재능의 갈림길에서 좌절하는 이와쿠마는 각기 다른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이들은 현실을 견디는 대신, 거금을 만들어줄 ‘초록’을 통해
by
정충연 에디터
2026.04.26
리뷰
공연
[Review]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순간 -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 [공연]
마마와 엄마의 도망이 단순한 이탈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원작을 읽으며 서사에서 비켜나 있던 에밀리아의 이야기에 주목한 마정화 작가는, 서사의 공백을 1970년대 후반 한국이라는 시공간으로 옮겨와 새롭게 구성한다. 작품은 원작의 구조를 차용하되, 여성 인물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혀 다른 결의 서사를 펼친다. 극은 ‘거짓말
by
소인정 에디터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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