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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Opinion] 키 재는 벽, 성장의 기록이자 경험의 완성 [공간]
집 안 귀퉁이의 삐뚤빼뚤한 선들을 통해 신체와 공간이 조우하는 성장의 궤적을 추적하며, 일상의 사소한 기록이 어떻게 아우라를 지닌 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이 되는지 고찰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 벽 한 귀퉁이에는 가족들의 키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다. 평소 어떤 거창한 가풍이나 규칙을 강조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이었음에도, 우리가 자라나는 동안만큼은 늘 의무적으로 우리를 그 벽 앞에 세우셨다. 연필로, 볼펜으로, 때로는 투박한 사인펜으로. 그곳엔 이름과 날짜, 그리고 층층이 쌓여가는 숫자들이 마치 지질학적인 지층처럼 남았다.
by
서지민 에디터
2026.04.30
리뷰
공연
[Review] 무너지는 게 아니라 버티는 삶에 대하여 - 정희
무너지면, 부수고 다시 지으면 된다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오랫동안 웰메이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박해영 작가 특유의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거창하지 않은 계기를 통해 서로 위로받고, 서로의
by
주영지 에디터
2026.04.30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죽음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그 전시의 백미였다. [미술/전시]
데이미언 허스트, 죽음조차 소비하는 인간의 정념을 사회실험하다
1. 조명하는 예술, 조망하는 예술 종교가 누렸던 권위는 새로운 종교인 ‘의학’과 ‘자본’의 차지가 되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의학에 대한 맹신과 자본주의 세계로의 투신을 ‘조망’한다. 예술가는 어떤 현상을 조명할 수도 있고, 조망할 수도 있는데 그는 조망한다. 조명(照明)은 '비추어 밝힌다'는 뜻이다. 감추어져 있던 것, 잊혀진 것, 어둠 속에 있던 것
by
오은지 에디터
2026.04.30
리뷰
도서
[Review] 인격의 지하실에서 끌어올린 가장 인간적인 연대 - 굴욕 [도서]
'굴욕'이라는 가장 밑바닥의 감정에서 보편적 인간애와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치열한 감각의 기록
잠들기 직전, 과거의 수치스러운 기억이 불쑥 떠올라 이불을 걷어차는 이른바 '이불킥'은 현대인에게 일종의 서글픈 루틴이다. 분노나 슬픔 같은 수많은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유독 '굴욕'이 이토록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가장 취약한 '사회적 평판'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웨인 케스텐바움의 에세이 《굴욕》은 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는 이
by
최선 에디터
2026.04.30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미화의 계절이 다가온다 [문화 전반]
여름이 다가온다. 어김없이 또 아름다운 초록빛에 속을 시간이다. 이제는 무더위에 흘릴 땀도 기대되기 시작한다.
걸어가면서 길가에 보이는 초록색이 눈에 띄게 많아진 걸 느낀다. 여름이 다가온다. 여름은 다른 계절들에 비해 미화의 특성이 강하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계절과 함께라면 머리가 아프도록 더웠던 날씨도 땀을 잔뜩 흘려 찝찝했던 기억도 다 아름답게 남곤 한다. 개인적으로 비와 더위를 정말 싫어해서 여름을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첩을 보면 초록색이 가
by
김세진 에디터
2026.04.30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소멸을 사유하는 미술관: 삭아감의 미학과 시간의 정치학 [미술/전시]
보이지 않는 존재들까지 얽혀 만들어내는 소멸의 공동체적 아름다움
우리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정확히는 시간에 따른 변화를 무서워한다. 상한 음식을 먹고 배가 아플까봐, 나이를 먹고 주름이 늘어날까봐 냉장고를 온종일 돌리고 좋은 화장품을 한가득 바른다. 현대의 자본과 기술은 무언가를 보존하고 가두려는 우리의 욕망을 충족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미술관 및 박물관이라는 제도의 존재 이유 중 일부도 그와 동일하다. 가치 있는
by
정충연 에디터
2026.04.30
리뷰
공연
[Review] 고침을 위한 무너짐 - 정희 [공연]
결국 한 번의 무너짐은 필요했다. 마냥 웃으며 괜찮은 척할 게 아니라, 울고불고 난리를 쳐야만 했다. 조금은 추해질지라도 이는 평화로운 기쁨에 다가설 여정일 뿐이다. 다만, 무너질 때만큼은 함께였다. 그건 엄청난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만큼, 나보다 더 큰 외로움과 사연을 안고 있을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 해당 리뷰는 연극 '정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평화로울 정(靜), 기쁠 희(喜). 서울 후계동 오래된 술집 ‘정희네’의 주인 ‘정희’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연극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원작 그대로를 답습하는 작품은 아니다. 원작의 정희가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따뜻한 인물로
by
백승원 에디터
2026.04.30
오피니언
공간
[Opinion] 방탕한 무뢰한들의 아지트 [공간]
먼저 추락해 있겠습니다. 자유롭게 행복하세요.
한 달 전쯤이었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두터운데 어쩐지 집에서는 집중이 잘되지 않아 노트북을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기분 전환을 위해 동네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고, 평소 구월동에 가고 싶었던 카페가 몇 군데 있어 구월동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지도 앱에서 저장해 둔 카페를 하나씩 눌러보던 중, 이름이 특이해 눈길이 가는 곳이 하나 있었다.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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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서 에디터
2026.04.29
문화소식
영화
[영화]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출장' 갔다가, '여행' 갔다가 인생 여행을 떠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
오타니 료헤이, 진영 주연 '출장' 갔다가, '여행' 갔다가 인생 여행을 떠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 여행 같은 출장, 출장 같은 여행을 떠나는 오타니 료헤이, 진영 주연의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이 5월 27일 개봉을 확정했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우연히 만난 ‘쇼타’와 ‘대성’의 사직서와 연애편지가 뒤바뀌면서 일본과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웜톤
by
박형주 에디터
2026.04.29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안락이 머무는 방식 - 페퍼톤스 어쿠스틱 라이브 : 안락 [공연]
페퍼톤스 어쿠스틱 라이브 '안락' 리뷰
이화여자대학교 ECC 지하에 자리한 영산극장은 평소에도 아늑하기로 유명한 공간이다. 이날, 그 아늑함은 입구를 가득 채운 포스트잇 메모들 사이에서 한층 선명해졌고, 사람들은 각자의 ‘안락함’을 손에 쥐고 있었다. '페퍼톤스 어쿠스틱 라이브 : 안락'(이하 '안락')은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2주에 걸쳐 선보인 소규모 어쿠스틱 공연이다. 4월 17일부
by
박지영 에디터
2026.04.29
리뷰
PRESS
[PRESS] 기대작 톺아보기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는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창조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현실 우화성을 유리하는 장치가 아닐까. 우리 삶과 전혀 밀접하지 않다고 생각한 세상을 그렇게 가까이하기도 하면서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영화이다.
제 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늘 4월 29일 개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2026년 4월 29일(수)부터 5월 8일(금)까지 10일간 개최한다. 54개국에서 출품된 237편 (국내 97편, 해외 140편)을 상영한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 아래, 기존의 경계를 확장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7만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by
노현정 에디터
2026.04.29
리뷰
도서
[Review] 굴욕이라는 이름의 전쟁 - 굴욕 [도서]
굴욕과 씨름하기
1. 문학 속 수치심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압살롬, 압살롬!>의 악인 서트펜 대령은 남북전쟁 시기의 백인이다. 흑인 인종차별은 물론 여러 불결한 일들을 저질러 소설에서 악귀라고 불리는 그는 내면을 알 수가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데 소설 중반, 그의 경험이 하나 소개된다. 그는 어린 시절, 부유한 백인의 저택에 방문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심부름 때
by
안태준 에디터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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