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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Review] 예술이 건네는 다정한 피난처 -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도서]
마음이 소란한 날에 불안을 잠재우는 미술 작품들과 작가의 이야기들
바람이 센 날은 창문이 덜컹거린다. 천둥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눈앞이 번쩍이며 번개가 친다. 아주 어렸을 적 가족들과 섬 쪽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텐트를 치고 잠을 잤었다. 텐트 속으로 폭우가 바다처럼 덮치듯이 텐트 속을 장악했었다. 무서움도 잠시, 폭우를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말린 후 다 같이 컵라면을 먹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의 맛이었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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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2026.02.27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한국 근대미술과 우연을 가장한 만남 [미술/전시]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파란 그림 하나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설명할 수 없는데 자꾸 보게 되는 그 감각. 그것이 1950년대 후반 한국 모던아트협회의 작가들을 찾게 만들었고, 흰색의 무게, 지워진 얼굴, 기하학 안에 담긴 신앙을 만나면서 추상이 시간을 넘어 나에게 닿는다는 걸 알았다.
어느 날, 나는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을 마주쳤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미술관이었고, 나는 그저 미술 교과서에서 봐왔던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이나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커다란 파란 액자 하나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수없이 많은 색점들, 그리고 그것들을 겹겹이 둘러싸며 퍼져나가는 파동 같은 흐름. 뭔지 설명할 수 없는데
by
김정현 에디터
2026.02.19
오피니언
미술/전시
[오피니언] 청취를 통한 수행: 김은영의 소리작업들 [미술/전시]
김영은의 작업은 소리를 둘러싼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수행이 되는가를 탐구한다. <붉은 소음의 방문>은 한국 근현대사 속 두 가지 소리, 사이렌과 라디오를 통해 강제된 청취와 은밀한 청취의 역사를 되짚는다. 들어야만 하는 소리와 들어서는 안 되는 소리 사이에서 '듣는다'는 행위는 이미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 작품은 청취라는 일상적 행위를 낯설게 만들며, 우리가 무심코 반복해온 듣기가 얼마나 정치적인 몸짓이었는지를 감각하게 한다.
'소리'는 소리 내기와 소리 듣기를 수반하는 상호교류의 경험이다. 그것은 공기 중에 퍼졌다가 사라지는 물리적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누가 말하고, 누가 듣고, 무엇이 들리고, 무엇이 배제되는가에 따라 소리는 관계를 조직하고 권력을 드러내며 공동체의 경계를 만든다. 김영은의 작업은 바로 그 지점, 소리를 둘러싼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정치적 수행이 되는가를
by
이채연 에디터
2026.02.18
오피니언
미술/전시
[오피니언] 조화된 자연, 왜곡된 미래 [미술/전시]
유얀 왕의 《초록색 회색 검은색 갈색》은 2024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으로, 플라스틱 조화 공장, 녹색으로 칠해진 폐공장, 수직 농업 인프라 등의 이미지를 통해 기술 낙관주의의 역설을 고발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석유의 이미지는 모든 '친환경' 기술이 결국 같은 산업 체제 위에 서 있음을 상기시키며, '조화(造花)'로 만든 인공 자연이 오히려 진정한 조화(調和)를 파괴한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른바 기후 위기의 시대, 예술은 기후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예술과 기후위기는 현재 미술계에서 화두 중 하나이다. 예술가들은 단순히 기후 변화를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환경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구성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4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
by
이채연 에디터
2026.02.18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오류를 묻거나, 외치거나, 드러내거나 [미술/전시]
전시《오류를 거니는 산책자》, 오류와 함께 거니는 법.
급격한 기술적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크고 작은 ‘오류’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기술적 결함, 사회적 균열, 불안정한 자아의 흔들림까지, 오류는 대개 수정의 대상이자 제거해야 할 문제로 간주된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의 전시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는 이러한 통념을 전복한다. 전시는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실패가 아니라, 동시대를 구성하는 하나의 필요 조건으로
by
최하영 에디터
2026.02.18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영원이라는 환상에 균열을 내다 [미술/전시]
박제된 정적이 아닌,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변화하는 세계. 피노컬렉션에서 마주한 《Minimal》 전시는 우리가 알던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기분 좋게 배반한다.
박제된 정적이 아닌,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변화하는 세계. 피노컬렉션에서 마주한 《Minimal》 전시는 우리가 알던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기분 좋게 배반한다. 보존되지 않는 예술의 숭고함 미술관은 흔히 시간을 박제하는 장소로 여겨진다. 작품은 변치 않는 상태로 영구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박물관 관리 수칙의 근본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제시카 모건(Je
by
김예화 에디터
2026.02.17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미술/전시]
과거에서 미래로
어떤 사람들은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그림책, 장난감을 다시 보고 싶어 중고로 구매하거나, 열지 않은 지 오래된 창고로 들어가 찾기도 한다. 어렸을 때 사용하던 물건을 보면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고, 함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같이 살아난다. 대학교 1학년, 필수 교양 과제로 전시회를 기획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테마였다. 따라서
by
이다혜 에디터
2026.02.16
오피니언
드라마/예능
[Opinion] 말의 초상으로 재현된 호크니의 수영장 – 보잭 홀스맨 [드라마/예능]
애니메이션 <보잭 홀스맨>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을 인용해 투명한 물이 주는 인식으로 캐릭터의 실존적 고통을 시각화한다. 정적인 회화가 애니메이션의 서사로 편입되어 인물의 무너진 내면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고찰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보잭 홀스맨>은 한물 간 배우 보잭이 겪는 자기 혐오와 우울, 그리고 망가진 관계들을 통해 인간 내면과 실존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다. <보잭 홀스맨>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표현들을 빌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할리우드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낸다. 이런 매체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 중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 언어
by
황지윤 에디터
2026.02.07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미술상이라는 지도 위에서 읽는 지금의 감각 [미술/전시]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은 경쟁의 형식을 빌려 동시대 한국 미술의 다양한 감각과 질문들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열린 지도다.
최근들어 다수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생겨나고 그만큼 많은 전시들이 열리며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물론 침체한 미술 시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과 단체도 적지 않지만,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공공기관의 성공과 활발한 SNS 활동 등에 기인하여 예전에 비해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미술(시각예술)의 물리적, 개념적
by
정충연 에디터
2026.01.27
리뷰
PRESS
[PRESS]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미술 여행 - 호기심 미술 책방 [도서]
'본다'는 것은 마음과 경험으로 해석하는 것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다. 짧은 영상과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본다’라는 행위는 점점 소비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도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기보다는 설명문을 훑거나 사진만 남기고 나오는 일이 흔하다. <호기심 미술 책방>은 이런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던 ‘보는 법’을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해 한 번쯤 가져봤을
by
김효주 에디터
2026.01.20
리뷰
도서
[Review] 자신의 언어로 예술을 읽어내는 법 - 그림 읽는 밤 [도서]
서로의 언어로 읽어나가볼까요?
입시 준비를 할 때 과외 선생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글을 읽어도 똑같이 적어내지 말고 네 언어로 바꾸어 보라고. 고등학생인 나에게 그것은 어려운 지시였다. 우선은, 글쓴이는 논문이나 책의 집필을 위해 수십 번의 퇴고를 거쳤을 것이며, 그렇게 깎이고 깎인 문장이 내 앞에 주어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내 언어로 만
by
길유빈 에디터
2026.01.18
리뷰
도서
[Review] 그림을 읽는 시간, 문장이 머무는 밤 - 그림 읽는 밤 [도서]
일상의 속도에 지쳐 시력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는 흔히 미술 작품을 ‘본다’고 말한다. 전시장에 서서 눈으로 껍데기의 색과 형상을 훑고 지나가는 행위, 즉 '볼 견(見)'의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의 신작 『그림 읽는 밤』은 독자에게 ‘본다’는 동사 대신 ‘읽는다’는 동사를 제안한다. 여기서 읽는다는 것은 외형을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 그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
by
윤희지 에디터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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