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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스스로 내리는 유죄 판결의 미학 - 트랩 [공연]
놀이와 진실 사이의 만찬
연극 《트랩》은 재판 놀이판이자, 한 남자의 고백을 위한 만찬장이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트랩(Trap)》은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성공만을 좇던 주인공 트랍스가 우연히 만난 퇴직 법조인들의 모의재판에서 숨겨왔던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놀이로 시작된 이 재판이 결국 한
by
여정민 에디터
2025.11.16
작품기고
The Artist
[언어가 머무른 자리] 용서를 위한 기도문
한 송이의 꽃을 건넬 수 있기를
* 본문에 소설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는 동안 무수히도 많은 금이 생겼습니다. 마음의 잔금이 햇살에 찔린 물결만큼 많지만 상처입었다는 이유로 망가지진 않으려 합니다. 나를 강하게 하는 것도 약하게 하는 것도 당신이 아닌 내 자신임을 알기에 그럼에도 나를 미워하는 당신에겐 차라리 꽃을 바치겠습니다. 김영지, <레지나
by
손가인 에디터
2025.11.13
오피니언
공간
[Opinion] 제주도 일일 책방지기 [공간]
비일상 속에서 일상되기를 꿈꾸며, 이후북스 제주점의 일일 책방지기 체험
일상과 비일상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쉽게 분류할 때 여행은 아마 후자에 속할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 새로운 땅의 축축한 공기를 코에 집어넣는 것이 여행이라면. 하지만 누군가는 여행지에서도 그곳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의 목표가 ‘끝내주게 놀기’ 정도인 관광객의 하루도 무척 행복하지만, 어쩌면 지금
by
정현승 에디터
2025.11.0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미숫가루를 맛있게 타주는 악마와의 동거 [도서/문학]
악마는 생각보다 착하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을 재밌게 읽어 비슷하게 인간이 아닌 것이 나오면서, 세계관이 장황하지 않고 나름 현실적인 작품을 찾던 중 리러하 작가의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추천하는 글을 보고 빌려 읽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날개에 있는 정보를 보니 늑골(rib), 폐(lung), 심장(heart)를 의
by
신민정 에디터
2025.11.04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파괴와 작별, 그리고 종극 [영화]
안노 히데아키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과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의 ‘마지막’의 의미를 비교분석하다.
들어가며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크게 1995년부터 1996년까지 방영한 TVA 시리즈와 1997년에 개봉한 극장판 두 편을 전부 포함하여 일컫는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리빌드 4부작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로 나뉜다. 편의상 전자를 ‘구작’, 후자를 ‘신극’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적도록 하겠다. 미
by
이지선 에디터
2025.10.30
리뷰
PRESS
[PRESS] 살아있다는 감각을 쟁취하며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결국 해즐릿이 말하는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은 죽음의 부정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 그 자체다. 그것은 자신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사유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해즐릿은 그 감각을 문장으로 붙잡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여전히 젊다. 그리고 그 젊음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필요한 저항의 다른 이름이다.
고전 소설이나 당대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들이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었음을 종종 잊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마냥 진지하고 딱딱하지 않으며 웃길 줄 아는 인간인데, 어쩌면 그들을 과소평가(혹은 과대평가)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는 그 중에서도 사람을 피식피식 웃길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는 진지함 속에서도 아이러니를 놓지 않는 작가였고,
by
노현정 에디터
2025.10.29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현실과 환상의 참혹한 반비례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를 라캉의 환상 이론을 통해 읽다.
* 이 글은 영화 <판의 미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피 엔딩 vs 배드 엔딩 프랑코 독재 시절,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잔혹한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산장으로 어머니와 함께 이사하게 된다. 그곳에서 폭력과 억압에 짓눌리던 오필리아는 숲속의 미로에서 만난 신비로운 존재 ‘판’으로부터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지하 왕국의 공주로 돌아갈 수 있
by
이지선 에디터
2025.10.23
작품기고
The Artist
누군가의 길
선을 행하는 것, 신념을 지키는 것, 희생을 결심하는 것
선을 행함에 있어 보상을 바라라고 하셨더냐, 신념을 지킴에 있어 인정을 바라라고 하셨더냐, 희생을 결심함에 있어 계산을 하라고 하셨더냐. 황제펭귄, <검술명가 막내아들> 10권 19화 中
by
손가인 에디터
2025.10.2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선량함이라는 위증 - 도덕의 계보2 [도서/문학]
선량함이라는 위증에서 나는 심각한 악취를 느낀다
정직이 자신의 이해 범위에서만 기능한다면, 그것이 미덕이기 위해선 너무 많은 것들이 해부되어선 아니 된다. 너무 많은 것들이 밝혀져선 아니 된다. 그가 여전히 정직하면서도 온건하려면, 사람들로부터 온당히 받아들여지려면 앞서 말한 것들, 인간의 모순과 부조리를 까마득히 몰라야 한다. 그렇게 무지는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모르는 것들은 순수한 망설임으
by
서상덕 에디터
2025.10.18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푸른 들판 너머 ‘당신 문제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 [도서/문학]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푸른 들판을 걸어가는 방법
소설에서 클레어 키건은 긴 문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두 줄이 넘지 않는 짧은 문장들로 이야기가 결합 되어 있다. 그럼에도 문장 사이사이에는 인물의 복잡함이 잘 담겨 있다. 끝내 문장 뒤에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삶의 굴곡을 찾아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숨은 그림 찾기와 십자말풀이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소설의 지면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으며 몇
by
최은파 에디터
2025.10.18
오피니언
영화
[오피니언] 일본 애니메이션은 왜 대유행인 걸까 [영화]
일본 애니 대박
최근 극장가는 뜻하지 않은 일본 애니 붐을 맞이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추석 연휴에 적합한 ‘보스’도 PTA와 디카프리오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도 이들에게 예매율이 밀리는 실정이다. 단순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덕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전부터 차근차근 쌓여진 관심이 모여 이제야 양지에서도 빛을 발하는 중
by
유민재 에디터
2025.10.16
작품기고
The Artist
[움움: 나다움, 채움] 조용함 속 찬란함
조용함 속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illust by 움움] 찬란함은 조용한 자리에 앉아 꽃 내음을 맡고 있다. 평범한 모습으로 숨어 있지만 그 안에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다. 조용함 속에서 더욱 빛나는 그게 바로 찬란함이다.
by
김채은 에디터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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