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건 하지 말자!를 인생 모토로 삼은지 어언 십여 년.
과거의 나를 후회하지 않는다 자부하며 살아왔건만, 요즘 들어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는 중이다. 특히나 취업을 해야 하는 나이가 차고도 남은 지금, 사회에서 내세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마주한다.
물론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마주하기 싫어 피하고 순간순간의 편안함을 쫓은 결과일 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낸 결과라고 해야겠다.
남들은 진로를 어떻게 정하는 건지. 이렇다 할 큰 목적이 없는 사람에겐 이것부터 난항이 따로 없다. 그러한 연유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요즘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음악 듣기, 영상물 보기. 흠. 빈칸을 꽉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란 목록이다.
잘하고 싶은 것. 아, 너무나 많다. 날카로운 눈과 귀로 예술을 분석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멋들어진 글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싶고, 한 번쯤은 웃기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보고도 싶다.
그런데, 잘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옮기면 끄적이던 펜이 툭 멈추고 만다. 길다면 긴 이십여 년의 인생에서 무엇 하나 잘한다 느껴본 적도 없고 칭찬받아본 적도 없다. 별난 구석 하나 없이 잔잔하게 살아온 인생에 돌을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언제나 안전제일주의 회피형으로 살아온 나에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정말이지 죽기보다도 힘든 일이다.
아무 회사나 취업해서 근근이 먹고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워라밸을 지키고 싶은 이 마음.
모두에게 호감도 밉상도 아닌 무난한 직업을 갖고 싶다가도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일을 찾고 싶은 이 마음.
어떤 때는 이 모든 고민이 사소해 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해결 불가능한 난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직업 그 자체보다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직업은 그저 일일뿐이고, 삶은 그 외의 다른 것으로 구성되는 걸지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 그저 핑계는 아닌지 여러 번 되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는 만큼 무턱대고 도전해 봐야 하는 때임을 알면서도 머릿속만 복잡한 나에게 말해본다. 일단 내일은 가방을 한 아름 싸서 밖으로 나가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또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