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천과학관: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되짚다
지난 4일,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관으로 알려진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2008년 11월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상설전시관, 기획전시관, 천문우주관, 야외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상설전시관은 미래상상SF관, 한국과학문명관, 자연사관 등 7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관람객이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인 만큼, 어려운 과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과천국립과학관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자연사관이었다. 이곳에서는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신생대까지 이어지는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생명의 역사는 수많은 멸종과 진화를 반복하며 이어져 왔다. 선캄브리아시대에는 최초의 단세포 생명이 등장하였고,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나타나며 지구의 대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캄브리아기 생물 대폭발을 거쳐 다양한 생물이 출현했고, 일부는 바다를 떠나 육지로 진출하였다. 여러 차례 대멸종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은 다시 진화를 이어갔다. 그 긴 시간 끝에 신생대에는 포유류가 번성하고 마침내 인류가 등장하게 되었다.
전시를 보고 난 뒤에는 우리 주변의 생명들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중생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은행나무와 현존하는 공룡인 새를 보며, 수억 년 전 지구의 풍경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여러 차례의 대멸종을 견디고 현재까지 이어져 온 생명의 역사를 생각하니, 지금 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졌다.
과거의 생명들이 이어져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면 지금의 나 역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고생대의 양서류, 중생대의 파충류, 신생대의 포유류가 함께 내 몸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감상은 자연스럽게 지구를 넘어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며칠 뒤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을 방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노원천문우주과학관: 우주의 시간을 올려다보다
노원천문우주과학관에서는 매달 둘째 주 금요일 저녁마다 '퇴근길 천문대'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성인들이 부담 없이 천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인 것이다.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은 2009년 서울영어과학교육센터로 운영되던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2017년 '노원우주학교'로 개관하였으며, 2021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는 빅히스토리관, 코스모스관, 천체투영실, 천문대를 갖추고 있다. 전시 구성은 과천국립과학관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가 중심이었다.
가장 먼저 천체투영실에서 우주 시뮬레이션을 관람하였다. 설명에 따르면 시뮬레이션은 가이아 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 속에서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방법을 배우고, 여름철 대삼각형과 안타레스 등 여름밤의 별자리도 살펴볼 수 있었다.
당일은 흐린 날씨였지만 구름층이 얇아 실제 천체 관측도 가능했다. 망원경으로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를 관측했는데, 기대했던 것처럼 선명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을 희미하게나마 직접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전시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실제 운석을 직접 만져본 경험이었다. 철과 니켈 성분으로 이루어진 운석에는 자석이 붙는 성질이 있었고, 운석을 만진 손에는 금속 특유의 냄새가 남았다. 수십억 년 동안 우주를 떠돌던 물질을 직접 만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운석 위의 캡션에는 초기 지구가 수많은 소행성 충돌을 통해 성장하였고, 뜨거운 마그마 바다를 거쳐 서서히 식으면서 선캄브리아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며칠 전, 국립과학관의 자연사관에서 보았던 생명의 역사가, 이곳에서는 우주의 역사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두 차례의 탐방을 통해 나의 전 생애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삶 역시 수십억 년 동안 이어져 온 생명의 역사 위에 놓여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몇 차례의 대멸종을 견디며 생명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 이어져 왔고, 그 진화의 과정 속에서 오늘날 인간이 탄생하였다.
과학은 생명과 우주가 하나의 역사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며, 우리의 존재를 더 넓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 사실을 이해할수록 평범한 나무 한 그루와 새 한 마리,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한 명마저도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번 탐방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넓혀 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