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의학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의 책은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 이후에 깨달은 내용의 기록이 아니다. 아우슈비츠라는 극단적 경험을 통해 그가 이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과 이론들이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고 그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었다. 그가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근본적인 힘을 ‘의미를 향한 의지’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을 쾌락이나 소유만을 좇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삶에 부여된 의미를 발견하고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가 겪은 수용소의 나날들은 분명 끔찍한 비극이었기에, 우리는 그 고통의 크기를 감히 똑같이 감각하기 어렵다. 감히 그가 통과한 지옥보다 우리가 지금 겪는 아픔이 더 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삶에서 체감하는 고통의 무게는, 결국 지금 내 눈앞에 닥친 현실이 가장 무겁고 거대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야기한다. 저마다의 아우슈비츠, 그러니까 각자에게 주어진 거대한 고통과 삶이 끊임없이 건네올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을 나만의 온전한 선택과 책임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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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삶을 잘 살아내려면 허무함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하지만, 달리 보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내 사라질 거라고만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은 무상해진다. 열심히 살아가는 일조차 결국 나중에 잃어버릴 것들만 잔뜩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우리에게 빅터 프랭클은 말한다. 과거는 그저 흘러가 버린 시간이 아니라, 내 안에 고스란히 저장되고 보관된 온전한 내 것이라고 말이다. 과거가 품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도 잘 꾸려갈 수 있다. 그 기억과 의미는 누구도 앗아갈 수 없다.
“죽음 앞에서만, 유한성의 압박하에서만 인간 존재의 시간적 유한성 앞에서만 비로소 행동하는 것이 의미를 지닙니다. 행동하는 것뿐 아니라 경험하는 것도, 경험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것도, 또한 우리에게 부여된 무엇인가를 용감하게 견디는 것도 의미를 지니게 되지요.” (147p)
삶의 의미는 사랑과 일,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두운 상황을 그저 어둡게 두지 않고 긍정으로 바꾸어 낼 때, 그곳에서 삶을 버텨내는 힘이 피어난다. 죽음보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훨씬 기적 같은 일이다. 그렇기에 언젠가 찾아올 끝을 두려워하며 무기력해지기보다,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느끼며 이 생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부지런히 만들어 가는 태도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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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뛰어난 지능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발전을 이뤄냈지만, 이 차갑고 절대적인 계산 공식을 삶에 그대로 들이밀면 우리는 결국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절망과 방황이 유독 깊어진 이유는, 오늘날 우리를 이끌어줄 절대적인 나침반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전통이나 관습, 널리 통용되던 보편적인 가치들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못하다. 길잡이가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길을 잃은 채 남들이 하는 대로 무작정 순응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살아가곤 한다. 이러한 가치의 상실로 인해 가장 많은 상처를 입고 방황하는 이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절망의 바탕에는 무언가를 ‘우상화’하는 태도가 놓여 있다. 돈이나 성공, 혹은 사회가 정한 특정 가치를 절대적인 정답으로 믿고 우상처럼 받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가치만 정답이라 믿어버리면, 그걸 따르지 못했을 때 쉽게 절망하고 스스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게 된다. 그러나 삶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매 순간 다른 것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저마다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삶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스스로 빚어나갈 때, 인생은 참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나의 선택으로 빚어진 고유한 의미가 쌓아 올려지다보면 우리는 삶의 거대한 유한성마저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모든 삶의 끝에는 죽음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모든 사랑의 끝에 이별이 기다린다 해도, 우리는 이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지 잘 알고 있다.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다. 끝이 온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성취감도 맛본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나 혼자 견뎌야 했다면 무척 허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비슷한 시간을 나누며 함께 걷고 있다. 이미 끝이 정해져 있다면, 한 번뿐인 찰나의 생을 온 힘을 다해 긍정하고 마음껏 누리는 편이 생을 가장 풍요롭게 채워가는 방법이다.
"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 중 가장 인간다운 능력은 바로, 비극을 개인적인 승리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고난을 인간적인 성취로 바꾸는 것이죠. 그러므로 삶은 말 그대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입니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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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은 끝이 있는 삶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거듭 이야기한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반짝이고 고통이 있어야 평온함이 소중하듯, 끝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현재가 가치있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때때로 잊어버리며 살아야 한다. 억지로 반대편의 절망을 떠올리거나, 지금 가진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행복해지려고 애쓰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편안해질 수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들을 마음에 가득 담고, 곁에 있는 사람을 힘껏 사랑하기. 내게 주어진 일을 만족스럽게 끝마치고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품위있게 마주하기. 이것이 우리의 삶을 가장 아름답게 채워가는 방법이며, 아우슈비츠라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빅터 프랭클이 결코 놓지 않았던 단 하나의 진리였다.
"스스로를 내어줄수록, 사랑이든 일에서든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어떤 일에 봉사하거나 타인을 사랑할수록, 사람은 정확히 그만큼 더 행복해집니다. 행복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지금 행복한지 아닌지를 따져보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말이지요." (8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