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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처 몰랐던 음성해설 이야기 -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문화 예술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by 김규리 에디터
2026.07.12 13:32

 

 

무심코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본 프로그램은 화면해설을 제공합니다'라는 문구를 볼 때가 있다. 저 문구는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잠시. 이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저 문구의 존재가 반가운 사람들도 있다. 두 눈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이다. 그들에게 화면해설은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콘텐츠를 귀로 들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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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은 우리나라 최초로 음성해설을 시작한 서수연 음성해설 작가가 쓴 책이다. 드라마 작가와 성우라는 꿈을 키우던 그녀에게 어느 날 운명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 선배도 선례도 없던 당시에 스스로 길을 개척해가며 음성해설이라는 분야를 이 땅에 뿌리내렸다.

 

 
화면해설이 아닌 음성해설
 

 

책 시작에 앞서 저자는 아직, 우리 사회에 음성해설보다 화면해설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설의 영역이 화면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음성해설이라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선언한다. 그들의 작업은 미디어 콘텐츠와 현장극을 넘나든다. 시각장애인들이 비시각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통해 해설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직업의 영역을 화면으로 한정하면 안 될 것이다.

 

눈으로만 읽을 수 있는 시각적 정보를 문장으로 서술하는 일. 음성해설 작가는 마치 소설을 쓰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을 묘사하는 글을 쓴다. 중요한 규칙은 작가의 해설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침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사와 대사 사이,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음성해설 작가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다.

 

아무래도 해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넓지 않다 보니, 실제 해설 문장을 눈으로 보면 굉장히 짧고 단순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사여구 없이 말 그대로 장면의 모습만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뜻 보면 누구나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긴 글보다 압축된 한 문장을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작문을 해본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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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쓰기를 잘 한다고, 음성해설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을 잘 하기 위해선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의 글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시각장애인들의 문화 통로가 된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단순히 일이 아닌, 예술로서의 해설을 할 수 있다.

 

책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을 읽으며, 문화 예술 향유의 평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불평등은 지역적인 한계에 불과했다. 지방에 살고 있어서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공연의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는 것까지가 내 생각의 전부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 생각보다 더 촘촘한 층위의 문화 불평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음성해설'이라는 직업. 그들의 존재와 역할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죄송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베리어프리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아직도 음성해설을 제공하는 콘텐츠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음성해설의 영역 또한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음성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에 필수 요소가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문화 예술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하니까. 그 가치를 선두에서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음성해설 작가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그들의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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