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세계를 살아가는 방법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기적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

by 이수아 에디터
2026.07.12 14:32

 

 

어릴적, 이루어지길 바랐던 터무니없는 소원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믿음과 소원에서 출발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 영화다.

    

 

 

기적을 좇는 아이들


 

MNfeOQqaY0D9XR0Qfp5FrQ.jpg

 

 

영화는 분화하는 화산 때문에 쌓인 방바닥의 화산재를 닦는, 영화의 주인공, 코이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코이치는 화산재가 마을을 뒤덮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마을 사람들,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고 있는 상황에 만족하는 동생, 오르막길 위에 지은 학교까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인 세상에 살고 있는 소년이다.

 

엄마, 아빠의 반복되는 싸움에 형 코이치는 가고시마의 외가로, 동생 류노스케는 후쿠오카로 가 떨어져 산 지 6개월째다. 화산이 폭발하게 된다면 가족이 다시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코이치에게 지금 가장 바라는 소원은 화산 폭발이다. 그런 코이치는 어느 날, 학교 친구들에게 규슈 신칸센의 두 노선이 처음 교차하는 순간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친구들과 동생 류노스케를 데리고 함께 기적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어린아이들끼리 여행을 간다는 건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른들 눈에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꾀병을 부려 학교를 빠지고, 스스로 돈을 모아 여행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들과 함께 조마조마 해지면서도, 아이들을 도와주는 보건 선생님과 할아버지의 모습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Y4hLmCxlesl6kMPUc_7x8A.jpg

 

 

아이들은 저마다 소원을 빌기 위해 기적을 찾아 열차가 스치는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금세 해가 져 깜깜해지고 아이들은 마을을 순찰하던 순경을 마주쳐 위기를 겪게 되는데, 그때 따뜻한 노부부를 우연히 만나 다행히 안전히 하룻밤을 묵고 맛있는 저녁까지 먹게 된다.

 

다음 날, 드디어 열차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소원을 빌 수 있게 된 아이들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진심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소원을 빈다. 하지만, 화산 폭발을 원하던 코이치는 입을 꾹 다문 채 소원을 빌지 못한다. 그토록 바라던 열차 교차의 순간, 코이치의 머릿속을 지나친 건 여행의 과정 속에 남아있는 사소한 일상들이었다.

 

 

난 말이야, 소원 말 안 했어.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하기로 했어. 미안해.

 

 

 

어른이 되어가는 것


 

SczqQclDd9UCihTeM0GrLg.jpg

 

 

코이치는 기적을 포기한 걸까? 영화가 명확한 답을 내어주고 있진 않지만, 코이치가 기적을 포기했다거나 믿지 않게 되었다는 건 아니다. 코이치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것들 투성이다. 그런 코이치에게 기적을 좇아 떠난 긴 여정은 그런 이상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받아들여가는 과정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필자 본인 역시 코이치와 비슷한 순간들을 지나왔다. 어른들을, 이 세상을 모두 납득할 순 없어도 이상한 것들을 끌어안고 보냈던 시간들 속에서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기적은 매일 우리에게 찾아온다


 

pVMSIHPlaSUyVuq8kG2PHA.jpg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영화의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비일상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적'을 떠올리면 무엇을 생각하는가. 일어날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한 순간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떠올리지는 않는가?

 

하지만, 영화는 그런 거창한 순간만이 기적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기적을 바라며 소원을 빌어야 할 열차 교차의 순간에서 입을 꼭 다물었던 코이치가 생각한 일상의 따뜻한 모든 순간들에서, 영화를 보는 우리는 기적은 내가 원하는 방식과 모습으로 찾아오지만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을 좇아 갔던 긴 여정에서 마주친 어른들의 다정함이 아이들에겐 기적의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언제 그 순간들이 모두 기적이었음을 알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는, 이 영화가 극 중 할아버지의 가루칸 떡을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가루칸 떡처럼 그들도 모르는 새 일어났던 많은 기적의 순간들을 엿보며 은은히 감도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힘을 뺐지만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을 가진 본 영화로 우리가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매일 따뜻한 기적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