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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에세이에는 다른 여타의 장르가 따라갈 수 없는 진솔함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일기장 같이 써 내려간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은 충분히 ‘재미’로 치환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에세이는 재미가 차고 넘치는 장르인데, 24년이라는 시간을 밀도 있게 압축하며 한 직업인으로서 경험한 특수한 에피소드를 적절히 엮어나간다면 더욱이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진솔함 위에 서스펜스와 반전, 그리고 감동의 서사가 녹아있는 격이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성해설 작가 서수연의 24년간의 치열한 기록을 담은 에세이인 동시에, 문화예술에서의 접근성을 논하는 인문 교양서이다.


가장 먼저 책을 펼치면 ‘음성해설’이 무엇인지 제각기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독자들을 위해 차분히 설명을 해준다. 음성해설의 형태는 어떻고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이후 책의 내용을 소화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짐작만 했던 음성해설의 개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었다. 몰아보기 하던 드라마의 음성해설 자막을 켜고, 처음으로 음성해설을 경험하며 책을 읽을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서수연 작가는 성우와 드라마 작가라는 야심 찬 꿈을 가진 20대 청춘이었다. 우연히 화면해설 사업에 대본 집필과 낭독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화면해설, 이어서 음성해설 작가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후 <왕의 남자>, <세븐데이즈>, <이끼> 둥 무수히 많은 유명 영화들의 음성해설 작업을 담당한다. 2003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영화, 드라마, 공연을 아울러 7000여 편의 음성해설 대본을 집필하기까지 결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그 방대한 경력 뒤에는 그의 인생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있다.


이 이야기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우리나라 ‘최초’ 음성해설 작가로서의 고뇌와 도전이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음성해설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도 전부터 홀로 고군분투하며 음성해설 대본 작성의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잡아갔던 과정, 영국 유학 과정에서 배운 새로운 공연 방식과 ‘객관성’에 대한 보다 적절한 해석을 우리나라에 들여오려 노력했던 외롭고 처절한 움직임. 그의 도전과 성공, 그리고 실패, 지지부진한 순간 어느 하나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숨죽여 읽을 수밖에 없던 이유이다. 이러한 경험과 사유는 서수연 작가의 입이 아니라면 어디서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행간마다 빼곡이 들이친다.


나아가 이 이야기에는 지독하리만치 치밀하고 사무칠 만큼 따듯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는 24년의 시간동안 시각장애인의 문화예술 콘텐츠 접근성을 위해 이리저리 부딪히고 그야말로 동분서주해 왔다. 어떻게 하면 극의 장면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도 끈질기게 매달렸다. 나는, 이토록 누군가를 위해 온 마음과 시간을 다 해 고뇌해본 적 있는가 반추하게 된다. 깨지고 부딪힐 걸 알면서도 시작한 도전, 그리고 수 만 시간의 노력의 기저에는 결국 사람, 그리고 누군가를 위하는 따듯함이 있었다.

 

끝으로 음성해설 콘텐츠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혹은 부족한 우리에게 이토록 정성스럽고 긴 해설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서수연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리뷰를 마친다.

 

이제서야 정말 음성해설과, 접근성 제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보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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