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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 파가니니 곡을 연주해 달라고 했다가 욕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는 공교롭게도 블랙핑크의 'Shut Down'이 나와 안 그래도 유명한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가 더 유명해졌을 때였는데, 친구는 유튜브에 검색하면 실력자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데 왜 자기에게 시키냐고 했었다. 친구는 몰랐을 것이다. 내가 그 실력자들만 봐와서 파가니니 곡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 못 했을 거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그때도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바이올린 연주는 커녕 바이올린 악보도 볼 줄 몰랐다. 파가니니가 얼마나 천재적인 음악가였는가도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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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부터 삼연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니콜로 파가니니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단초는 "죽은 후에도 36년 동안 땅에 묻히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있다. 이 뮤지컬은 파가니니의 아들인 아킬레가 교회 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재판에 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저 음악을 너무 사랑했을 뿐인 사람의 이야기.


파가니니가 놀라운 연주로 이름을 떨치던 그 무렵, 콜랭은 카지노인 '카지노 파가니니' 개관을 앞두고 있었다. 파가니니가 개관 공연을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콜랭의 카지노에 거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카지노 운영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콜랭과 파가니니는 대립하게 된다. 콜랭은 그에게 복수할 심산으로 루치오 신부를 찾아가 파가니니가 사랑했던 여자로 만든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그가 악마에게 현혹돼 바이올린을 켜면서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는 거짓을 발설하면서 극에 아슬아슬한 비극이 실린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주인공이 파가니니인만큼 극 내내 다양한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무대에서 파가니니를 연기하는 콘, 홍석기, 홍주찬 등 3명은 바이올린을 제 몸처럼 가지고 다니며 때로는 부드러운, 때로는 거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특히 후반부에 연주되는 '7분의 독주'는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얀 조명 아래에서 라 캄파넬라와 카프리스를 연주하는 그때의 파가니니의 모습은 관객을 절로 숨 죽이게 만든다. 배경 음악이 깔리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바이올린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순간이 있는데 하필 그 순간은 찢어지는듯한 소리를 내서 파가니니의 몸부림 같기도 하고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 <파가니니>는 2024년 재연 후 2년만에 무대에 올린 연극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주조연 배우들과 앙상블 단원들이 보여주는 시너지가 엄청난 공연이었다. 특히 콘(파가니니 역) 배우 분과 이준혁(콜랭 역) 배우 분은 초연부터 함께 했다고 하는데 이분들은 거의 파가니니, 콜랭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준혁 배우 분께서 본체는 콜랭 같지 않다고 하셨다.)


파가니니의 연주도 인상적이었지만 "잊으셨나 보군요. 난 파가니니입니다."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빚을 지게 한 콜랭에게 파가니니가 던지는 말이다. 거액의 빚을 갚아야 함에도 대사에 떨림 한 점 없는 당당함과 확신이 좋았다.


반면 루치오 신부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다. 콜랭의 실체를 알았고 파가니니의 초연함(?)을 알고 그를 도우려까지 해놓고 그는 왜 훗날 재판에서 아킬레의 반대편에서 파가니니가 교회에 묻히는 걸 반대했을까. 초연함을 깨달은 것까지는 아니고 파가니니가 살해 당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은 것인가?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악마를 상대했을 뿐이라는 단단한 방어막이나 자기의 신념이 깨질까 두려웠나? 어쩐지 레 미제라블 자베르가 생각나기도 하는 인물이었다.


후대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바이올린 역사상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파가니니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8월 30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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