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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방 청소를 했다. 그냥 방 청소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갖고 놀던 인형들과 그동안 모아두었던 피규어들을 정리하는 대작업이었다.

 

한창 나름 키덜트라 자부하던 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든 게 심플하길 원했고, 그동안 좋아해서 컬렉팅했던 장난감들이 좋긴 하지만 같이 두었을 때 조금 조잡해 보이고 방이 난해해 보이기 시작했다.


문득 <토이스토리 3>에서 앤디가 대학을 가면서 장난감들을 정리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앤디는 그 장난감들을 새로운 주인 보니에게 주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컬렉팅하던 때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그때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우디' 빈티지 버전은 가격이 싼 인형이 아니었던지라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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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성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미감이 바뀌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어서도 개그맨 이상훈씨처럼 아예 박물관을 여는 사람도 있으니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도 없다.)


다만 어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인형이나, 지금은 안 계신 분들이 준 손때 묻은 장난감들은 쉽게 정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런 것들은 빈티지라서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장난감들이기에 더 쉽게 정리하기 어려운 것 같다.


결국 <토이스토리 3>에서 앤디는 자신의 장난감들을 보니에게 주지만, 나는 잠시 창고에 두었다.

 

사실 장난감뿐 아니라 추억이 깃든 물건들은 어떤 것이든 쉽게 정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남자주인공의 아버지는 '인생이란 결국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가다 나이가 들면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 그 정도 나이는 아니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엔 그만큼 약해지는 것 같다.


특히 지금은 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선물한 것일수록 더욱 그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진다.


방 정리를 하면서 인형이나 피규어, 장난감뿐만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물건들도 정리하게 되었다. 지금은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자주 만나지는 않아 잊고 있었던 사람들과, 곁에 없는 사람들의 파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기억나지 않았던 일들도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정점은 바로 '편지'를 모아놓은 한 통이었다. 그 편지들은 내가 그때 당시 어땠는지를 보여주고, 다양한 추억을 되살리게 해줬다. 사느라 바빠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이랄까. 편지들은 그대로 방 한켠에 두었다. 가끔 힘들 때 초콜릿처럼 꺼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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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 정리는 단순한 방 정리가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쌓아두어 어지러웠던 시간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잊혀진 것을 기억나게 하고,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그런 시간 말이다.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앞으로 살면서 이 정도로 큰 방 정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한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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