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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2026 구미식 재공연 포스터(최종).jpg

 

 

연극 〈구미식〉은 극도로 보수적인 가상의 지방 도시 구미시를 배경으로 한다. 극은 클로짓 게이이자 약물 중독자인 톰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그의 정신 세계를 따라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성을 취한다.


극 중 가상의 국자 지도자인 ‘행복한 동상’은 구미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과 눈에 박힌 보석을 나누어 준다. 겉으로는 희생과 선의를 베푸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민들의 충성을 결속시키기 위한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는 것을 이어지는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가상의 ‘구미시’



[돌파구] 구미식(26-0612)_ⓒShin-joong Kim_062.jpg

 

 

〈구미식〉은 실험적인 형식을 가진다. 영상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갑자스러운 광고와 팝업이 서사의 흐름을 끊는다. 해설자가 등장하며 관객을 현실로 불러내기도 하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여러 개의 결말이 이어진다.


일반적 연극이 감정을 축적하며 몰입을 유도한다면, 〈구미식〉은 관객이 이야기 속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는다. 광고와 해설자의 개입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흔든다. 이 실험적인 형식 덕에 작품은 지루할 틈이 없다. 빠른 전개와 유머는 실험적인 형식을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초현실이 되어버린 현실



[돌파구] 구미식(26-0612)_ⓒShin-joong Kim_139.jpg

 

 

극에서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환상과 실제를 오가는 패러디로 보이며, 실제 우리가 객석에서 〈구미식〉을 바라보는 경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은 ‘구미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내세우지만, ‘새마을운동기념공원’, ‘박정희로’라는 설정은 자연스레 산업화 시대의 현대사를 떠오르게 한다. 특정 지명이 떠오르는 공간을 오히려 가상의 공간으로 명명하면서 동시대 한국 사회를 비추는 상징적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 상징적 공간을 내세운 작품은 우리 현실과 만나며 더욱 흥미로워진다. 대본의 초고는 2022년 10월에 완성되었고, 2025년에 올려진 초연과 재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그 때문에 작품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초연 당시 ‘공연예술창작산실’ 인터뷰에서 작가는 “작품이 현실을 앞서간 것이 아니라 시대가 역행하고 퇴보하며 작품과 현실이 만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작품의 초현실적인 구성이 오히려 오늘날 우리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들며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이끌어 낸다.

 

 


극장이 필요한 이유



[돌파구] 구미식(26-0612)_ⓒShin-joong Kim_229.jpg

 

 

극 후반부에 이르러 광고와 팝업으로 조각나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모은다. 배우들은 한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작품의 마지막 대사를 읊는다.


 

연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마침내 도착합니다. 바로 이곳, 극장에.

사실이 허구를 만나는 곳, 현실이 이야기와 뒤섞이는 곳, 바로 극장에.

세상 모두가 말합니다. 현실은 그대로라고.

사실을 바꿀 수 없고, 현실이 언제나 거기에 있다고.

그래서 극장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야기가 필요한 건지도 모릅니다.

 

 

연극은 현실을 직접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현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 수는 있다. 현실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시대일수록, 허구는 오히려 현실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구미식〉은 초현실적인 연극이지만, 그 끝에서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는 작품의 결론인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왜 여전히 극장을 찾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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