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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오는 7월 2일 개막한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BIFAN은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정체성의 여정부터, 기이하고 낯설어 자꾸만 시선이 가는 이야기, 유쾌하고 발랄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들까지 다채로운 영화들로 관객을 맞이한다.


올해 슬로건은 ‘NEW ERA, NEW SKIN’. 변화하는 장르영화의 지형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온 BIFAN의 시간을 상징하듯, 카멜레온이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늘 관객들에게 ‘함께 이상하고 낯설어지자’고 손을 내밀어 온 영화제인 만큼,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또 어떤 세계들을 펼쳐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이번 영화제에는 50개국 321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장편 170편, 단편 85편, AI 38편, XR 28편으로 구성된 역대급 규모다. 특히 한국영화 신작 편수가 크게 늘었고, 상영작과 회차 역시 확대되면서 30주년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장르영화의 최전선을 소개해 온 BIFAN의 정체성에 더해 풍성한 프로그램까지 갖추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르영화를 이처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흔치 않다. 장마가 스며드는 초여름의 끝자락, 부천에는 해마다 기묘하고 독특한 영화를 찾아온 관객들이 모여든다.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세계들이 스크린 위에 펼쳐질 올해의 BIFAN. 그중에서도 놓치기 아쉬운 작품들을 미리 살펴보자.

 

 

 

[유쾌하고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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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 Longtake Onetake Mistake

감독 백승기


2023년 <잔고: 분노의 적자>로 부천을 찾았던 백승기 감독이 여섯 번째 장편으로 돌아온다. 2012년 <숫호구> 이후 연출한 모든 장편을 BIFAN에서 선보인 그는 이제 영화제 관객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다. 충격적으로 허술한 소품과 원초적인 이야기 전개는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뻔뻔함과 돌진하는 에너지는 BIFAN이 주목해온 B급 영화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단체 관람에 가까운 객석의 반응과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GV 현장을 경험한다면, 왜 그의 영화가 꾸준히 사랑받아 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전작 <잔고: 분노의 적자>가 유쾌한 웃음 뒤에 영화 현장의 열정을 슬쩍 담아냈던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그 애정과 백승기 특유의 유머를 가득 품고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독보적인 그의 색깔이 조금 괴상하고 뻔뻔하다면 또 어떤가. 자신의 세계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투명한 태도야말로 BIFAN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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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였으면 The Better Me

감독 니콜라 샤를레, 브뤼노 라벤


영화의 시놉시스는 단 한 줄이다.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자신과 똑같이 생겼는데 머리카락이 풍성하다. 대머리 남자의 삶이 뒤흔들린다.


관객들에게 많은 정보를 건네는 친절한 영화들이 있는 반면, 이렇게 단 한 줄만으로도 상상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있다. 과연 이 영화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일지, 질투에 관한 코미디일지, 혹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알 수 없음 자체가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은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기대가 완전히 배반당하는 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나였으면>은 바로 그런 호기심을 끌어내는작품처럼 보인다.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머리숱이 많은 사람'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설정 하나만으로도 어디까지 이야기를 밀고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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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춤춰라! 야쿠자 Break Free

감독 나카모토 유


몰락하는 야쿠자 쿠니오는 춤 영상으로 갑작스럽게 반응을 얻는다. 어려워진 생계를 이어갈 방법 하나를 인식한 그는 거리에서 본 틱톡커들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야쿠자와 춤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에 구미가 당기는 간결한 제목과 플롯이다. 일본 영화에서 늘 등장하는 야쿠자라는 소재는 전형적인 감이 있지만 틱톡커 야쿠자라면? 듣기만 해도 궁금하지 않은가. 대중매체에서 유구하게 소비해온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야쿠자상에서, 이제는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생존을 위해 알고리즘과 유행을 좇아야 하는 현대의 야쿠자로 시선을 옮긴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가장 뒤처진 인물이 가장 최신의 플랫폼과 만난다는 설정이 흥미를 끄는 동시에, 한때 권력을 가졌던 이들이 사회가 바라는 모습에 적응할지, 혹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갈지 궁금해진다.

 

 

 

[네가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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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트로피 Trophy

감독 손명아


재일 조선인 3세인 소희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조선무용을 배운다. 하지만 전통문화보다 K-POP과 아이돌에 더 마음이 가는 건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인 친구 미라이와 계획을 세운 소희는 티켓값을 마련하려다 점점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는 사춘기 소녀의 일탈로부터 시작하지만, 결국 역사와 세대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곳으로 닿아간다. 특히 재일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은 거창한 담론보다 소희의 일상 속 갈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평범한 청춘의 모습과, 쉽게 떼어낼 수 없는 자신의 뿌리가 충돌하는 순간들이 인상적이다. 무거운 주제를 앞세우기보다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소속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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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안할 건 없어 Everyone's Sorry Nowadays

감독 프레데리케 미곰


무더운 여름날, 부모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느끼는 소녀 비앙카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빌리 킹을 만나게 된다. 짧은 시놉시스만으로도 청춘 성장영화 특유의 설렘과 쓸쓸함이 동시에 전해진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지만 좀처럼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미안할 건 없어>는 가족 안에서조차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소녀가 우상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소리를 찾는다'는 표현은 단순한 팬과 스타의 만남을 넘어,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마주하는 성장의 과정까지 떠올리게 만든다. 화려한 사건보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집중하는 작품이라면 한여름의 공기와 함께 잊고 있던 사춘기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불러낼지도 모르겠다. 비앙카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갈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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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월남보살 Mixedup Shaman

감독 김근호


청소년 성장영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월남보살>의 수연에게 찾아온 문제는 조금 특별하다. 신병을 앓고 있는 한-베 혼혈 소녀에게 찾아온 존재가 한국의 신이 아닌 베트남의 신이라니.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는 무속을 소재로 한 판타지나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베트남에 가야 한다는 운명을 거부하고 친구들과 함께 엉뚱한 작전을 벌인다는 설정에서는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반항심과 불안도 엿보인다. 어쩌면 수연이 맞서고 있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변화인지도 모른다. 베트남 신을 피해 도망치려는 소녀의 소동은 결국 수연을 어디로 이끌게 될까. 황당하고 유쾌한 설정 뒤에서 한 소녀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영화제의 즐거움은 결국 예상하지 못한 영화와 마주치는 순간에 있다. 상영 종료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게 만드는 영화, 극장을 나서며 누군가와 흥분해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영화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30주년을 맞은 BIFAN에도 그런 뜻밖의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여름 부천의 상영관에서 각자의 보물 같은 영화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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