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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내 최애 유튜버 찰스엔터가 패널로 출연한다는 말에 <연애실험실>을 보았다. 연애 예능을 보지 않아도 연애 예능 리뷰는 보게 만드는 사람. 연애 프로그램은 놓쳐도 찰스엔터의 리액션만큼은 챙겨보던 나로서는, 그의 첫 넷플릭스 진출을 연습생의 마음으로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애실험실>은 <환승연애>를 만든 이진주 PD의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기상천외하고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과연 연애 세포는 깨어날 수 있을까. 프로그램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참가자들을 예상치 못한 상황 안에 던져놓는다. 본격 연애 세포 관찰 실험 카메라. 그리고 그 첫 번째 실험은 다름 아닌 ‘침대 소개팅’이었다.

 

사실 ‘침대 소개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침대에서 소개팅을 한다고? 이게 뭐지.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닌가. 요즘 예능이 도파민을 위해 어디까지 가려는 건가 싶었다. 연애 예능은 이미 충분히 자극적인 장르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가 누구에게 흔들리는지, 누가 선택받고 선택받지 못하는지. 그 모든 감정이 카메라 앞에서 너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그 시작부터 침대라니, 어쩐지 너무 노골적인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1, 2화를 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설정은 과감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한 침대 위에 나란히 앉거나 누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는 분명 낯선 긴장감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간은 참가자들을 과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오히려 무장해제시키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딱딱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마주 앉아 자기소개를 하는 대신, 취침 전의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들. 애써 반듯하게 보이려는 태도보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말투와 웃음, 머뭇거림이 더 잘 보였다.


침대라는 공간은 보통 가장 사적인 장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미는 장소라기보다, 하루의 긴장을 풀고 가장 '나'라는 얼굴로 돌아가는 장소다. 그래서일까. <연애실험실>의 침대 소개팅은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마냥 자극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참가자들이 조금 더 편안한 상태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들이 있었다. 불편한 자세로 예의를 차리는 대신, 편안한 자세로 어색함을 견디는 것. 그 사이에서 묘하게 본연의 마음 같은 것이 드러났다.


생각해보면 연애에서 중요한 순간들은 늘 아주 정제된 자리에서만 생기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한 틈에서 마음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다. 상대가 긴장을 풀었을 때의 표정, 말끝을 흐리는 방식, 웃음을 참지 못하는 순간, 어색함을 대하는 태도. 그런 것들이 때로는 긴 자기소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연애실험실>이 흥미로웠던 지점도 여기에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게 될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 마음을 열게 될까”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실험이 완전히 순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연애 예능은 결국 시청자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연애실험실> 역시 도파민이라는 단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빠른 전개, 낯선 설정, 예측하기 어려운 반응들은 분명 보는 사람을 계속 붙잡아둔다. 하지만 적어도 1, 2화에서 내가 흥미롭게 본 것은 자극 그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극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설정 안에서 생각보다 담백한 마음의 움직임이 보였다는 점이었다. 침대 위의 소개팅은 이상했지만, 생각보다 출연자들이 더 솔직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진주 PD의 전작들이 관계의 서사를 긴 호흡으로 따라갔다면, <연애실험실>은 그보다 짧고 선명한 조건들을 던져놓는다. 과거의 사연이나 관계의 누적보다, 특정한 상황 안에서 감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관찰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연애 예능이라기보다 제목 그대로 하나의 실험처럼 보인다.

 

다음 실험은 ‘고립’이라고 한다. 침대라는 편안한 공간이 사람의 긴장을 풀어 마음을 꺼내게 했다면, 고립은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들까, 아니면 더 빨리 서로에게 기대게 할까. 이 실험이 이상하고, 어색하고, 민망하지만 신기하게 계속 보게 된다. 처음엔 찰스엔터를 보려고 틀었고, 침대 소개팅이라는 말에 반쯤 의심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이 실험의 다음 조건을 기다리고 있다.


사랑이란 어쩌면 대단한 고백보다 작은 환경의 변화에 더 쉽게 약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외로 조금 더 낯선 상황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내보인다. <연애실험실>은 바로 그 순간을 보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도파민인 줄 알고 봤다가,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녀를 보게 되는 이상한 실험.

 

아마도 나는 끝까지 정주행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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