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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여름가을겨울, 다시 봄 - 계절의 이유 [도서]

여름을 기다리며

by 백승원 에디터
2026.06.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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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아가 되고야 말 우리에게는 돌아갈 곳 필요하다.

 

살다 보면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고향을 찾게 될 날이 온다. 다만 7살이 채 되기도 전에 이사를 세 번이나 한 탓인지 자신 있게 내세울 고향이 없다. 각자에게 사는 이유가 있겠다만, 결국은 돌아갈 곳을 찾는 여정이다. 그간 만난 이야기는 자연스레 기억처럼 스며들고 그걸 좀먹으며 지내기도 한다. 두서없이 증발해 버린 기억들,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유년기를 다정한 남의 이야기로 채워본다.

 

따뜻한 이야기에는 한참 머물러 본다. 어쩌면 고향을 찾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장소는 저마다의 기억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하나하나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아도, 어딘가 깊이 잠들어 있던 감정들은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슬며시 눈을 든다.

 

p.61 「102동 604호」 中

 

 

작가의 풍성한 유년 시절에 부러움을 느낀다. 상실도 생명도 불안도 다정도 있고,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시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라 피해 다니지 말 것을 그랬다.

 

이제 와 보면 세상에는 ‘훌쩍 커버려서 징그러워진 나’만 존재할 뿐이다. 한창 뛰어놀던 그 시절,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복도식 아파트였다는 점 하나다. 그럼에도 작가의 시선을 빌려 마치 6층 복도를 뛰놀던 냥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사진은 온데간데없지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문득 이 생을 다하여 떠난 이들과 인연이 다하여 멀어진 이들이 생각난다. 그 자리에는 이미 새로운 생명과 만남이 자리하고 있지만, 한동안 나는 저 고집스러운 나무처럼 떠나간 이들을 마음속에서 보내지 못하고 슬픔과 아쉬움이라는 낙엽을 붙잡고 있었다.

 

p.40, 「고집스러운 나무」 中

 

 

작가는 삶에서 겪은 숱한 이별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적어 갔다. 나 또한 때론 슬펐고, 때론 담담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계절과 함께했다. 계절은 지나가는 와중에도 각자의 활력과 생명력으로 그 자리를 채워주었다. 지금까지의 이별보다 앞으로 더 많은 이별이 있을지 모르는 인생의 후배에게는 이 또한 큰 위안이다.

 

누군가에게 계절은 새로운 만남이 되기도, 아쉬운 이별이 되기도 한다. 어느 것이 좋다기보다 나에게 대부분의 계절은 후자였다. 꽃이 지면 지는 대로 낙엽이 구르면 구르는 대로 속절없이 서러워했다. 그러나 때론 이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분명한 사실이다.

 

계절을 따라 흐르는 삶을 나누는 일은 싱겁다. 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여름의 초입에서 책을 덮으며 계절의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아직은 단어가 부족하다.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계절 안에서 그 이유를 발견해 갈 수도 있겠다.

 

겨울이 지나가는 것이든 봄이 오는 것이든 상관은 없다. 여름에 활기가 돋는 것이든 가을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든 무엇이든 좋다. 단 하나의 계절이라도 기다릴 이유만 있다면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된다.

 

어쩌면 저마다의 계절에 그런 이유를 둔 사람은 삶의 이유에 대해 괴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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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증을 고치기 위해서 날을 정해 물건을 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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