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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의 프랑스어 공부

프랑스어 취미에 관하여

by 김유라 에디터
2026.06.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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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에겐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바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무언가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냥 서점에서 프랑스어 초보용 책을 하나 사서 주말에 종종 카페에 가서 조금씩 공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배우고 싶었던 새로운 언어를 접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꽤나 뿌듯해지곤 한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와도 어순이 묘하게 다르고, 학습자 입장에서 그 존재가 원망스러운 각 단어의 여성과 남성 구분, 그리고 이에 따른 아주 아주 불규칙한 동사변형까지 아직 다 알지도 못하지만 벌써부터 두려워 진다. 영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며 자라기도 했고, 일상생활에 녹아든 영어 단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제2 외국어를 정말 알파벳 발음부터 익히는 경험은 낯설기도 막막하기도 했다. 아직은 그냥 설렁설렁 가벼운 취미로 프랑스어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단어를 발음하는 것조차 더듬거리지만, 어쨌거나 꽤 마음에 드는 취미가 된 것은 분명하다.


왜 프랑스어였을까? 사실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생 때부터 프랑스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교양 수업으로 기초 프랑스어를 접했었다. 대학생활 내내 교양만큼은 학점보다 정말 흥미가 있는 수업들 위주로 들었던 나기에, 전공보다 교양을 더 열심히 듣는 경우가 많았고 프랑스어 역시 그랬다. 비록 그 이후에 삶의 방향을 고민하며 내 삶에서 점점 잊혀져 갔지만 말이다.

 

프랑스어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향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향이 나는 것이라면 화장품부터 음식까지 모두 좋아하고 흥미롭게 여기던 내가 향수로 가장 유명한 나라인 프랑스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처음엔 좋아하는 향수들의 프랑스어로 이루어진 이름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고, 프랑스의 향수 브랜드와 조향사 혹은 창업자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이 모든 정보들은 물론 한국어로도, 최소한 영어로 라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좋아하면 더 근원에 가까워지고 싶어지듯 자연스레 그 언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또 다른 계기 중 하나는 바로 영화였다. 비록 최근의 영화 산업은 아예 미국으로 넘어간 듯 하지만, 영화의 흐름에서 프랑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누벨바그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처럼 시네마의 역사 속에서 프랑스는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사실 나는 프랑스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다. 나의 영화 관람 목록을 확인했더니, 이제까지 본 영화의 약 10% 정도가 프랑스 영화였다. 고작 10%라니, 생각보다 적은 수치에 나 또한 놀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프랑스 영화를 적게 보았었나? 머릿속 기억을 더듬어보면 꽤 많은 프랑스 영화가 떠오르는데 말이다.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하나 하나의 영화들이 강렬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영화는 특유의 느낌이 정말 확실한데, 처음 접한다면 당황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스테레오 타입 속 할리우드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대변된다면, 프랑스 영화는 작가주의가 떠오른다. 무언가 명확하지 않고, 인물의 심리가 중요하며 실험적인 촬영 기법들이 많이 사용되는 등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없는 요소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모든 요소가 꽤나 취향에 맞는 것들이기에 프랑스 영화에 관한 기억은 늘 나쁘지 않았다. 그와 함께 프랑스 배우들의 발음을 듣고 있자면 세상에 저런 신기한 발음의 언어도 있구나 싶었고 괜히 더 듣고 싶어 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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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러 이유로 프랑스어에 관심은 많았지만, 교양수업 이후로 손을 대지 않았던 것에는 삶이 바빴다는 이유로 끝은 아니었다. 제2외국어를 배우고 싶을 때마다 늘 마음 속에서 속삭이던 목소리가 있었다. 그건 꽤 강력하면서 묘한 죄책감도 자극해서 늘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럴 시간에 영어나 해’라는 목소리였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장 쓸모 있는 외국어가 영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수능부터 취업용 토익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늘 많은 이들의 숙제로 부담을 주는 것 또한 영어다. 이런 영어도 아직 완벽은커녕 턱 없이 부족한데, 아예 다른 외국어를 맨 땅에서부터 시작한다는게 어찌 보면 나의 오만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너 영어 잘해? 프리토킹 가능해? 아니면서 프랑스어? 이런 말들이 나의 무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었고 결국 나는 프랑스어를 뒷방에 밀어놓았다. 그렇다고 영어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러다 문득 영어와 프랑스어의 목적이 아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는 나에게 있어서는 필수재 정도의 위치이고, 프랑스어는 엄밀히 말하자면 취미의 영역이었다. 프랑스어는 영어처럼 억지로 압박을 가지면서 할 필요도, 못한다고 무언가 민망해지지도, 꼭 고득점을 맞아야 하지도 않았다. 의무가 아닌 흥미로 접근하는 외국어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꽤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욱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었고, 나는 독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 프랑스어를 공부하다 보니 의외의 장점을 찾기도 했다. 바로 나의 영어 실력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이었다. 물론 영어를 잘하는 타인과 비교하자면 끝도 없지만, 프랑스어를 마치 갓난아기가 시작하듯 배우다 보니 내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그 정도라도 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금 나의 기준에서 프랑스어로 된 토익 수준의 지문을 풀 수 있다고 하면 거의 프랑스어 마스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영어라는 외국어로 하고 있다는게 새삼 놀라웠달까.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결론은 나는 지금 프랑스어 걸음마를 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내가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압박감이나 초조함은 내려놓으려 한다. 어디까지나 이건 나의 가벼운 취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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