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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평소 백상예술대상을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과연 수상이 어느 감독에게 돌아갈지 기대하며 지켜보았다. 쟁쟁한 감독들이 많은 한편 내가 간절히 바랐던 감독도 후보에 올라와 있었는데 나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인지 호명된 수상자의 이름은 내게 무척 친숙한 감독의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바로, 윤가은 감독(님)이었다.


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영화감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뽑으라면 단번에 나오는 이름이 바로 윤가은 감독이다. 나는 그만큼 윤가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좋아한다. 단편 영화 <손님>, <콩나물>부터 장편 영화 <우리들>, <우리집>, <세계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윤가은 감독의 작품에는 항상 여자아이들이 등장한다.

 

나는 그게 참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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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맨 처음 접했던 윤가은 감독의 작품은 단편 <콩나물>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보리’. 할아버지의 제삿날, 콩나물을 사기 위해 집 밖으로 홀로 나간 아이의 짤막한 이야기이다. 이것을 처음 보았을 때 보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보리를 바라보는 어른들, 보리가 마주친 마을 속 사람들이 거듭해 생각났다. 영화는 무척 잔잔하고 평화로운데 영화가 주는 분위기와 이미지가 좋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곱씹듯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나는 자연스레 윤가은 감독의 작품들을 차례차례 보게 되었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넘어오며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하기 시작했는데 단편과 장편을 통틀어 이 모든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 작품들에 등장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우리들>의 주인공은 두 명의 여자아이, ‘선’과 ‘지아’이고 <우리집>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 아이, ‘하나’, ‘유미’, ‘유진’이다. 최근 발표된 <세계의 주인>의 주인공은 ‘이주인’으로, <우리들>과 <우리집>의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여성 청소년이다.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여자아이들의 세계에 대해 꾸준히, 그리고 섬세하게 작품을 창작해 나가는 게 정말 좋다. 또 재밌는 것이 있다면 감독의 작품 세계가 넓어지면서 동시에 영화 속 아이들도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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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장편 영화는 모두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싸우는 아이들, 방치된 아이들, 성장하려 하는 아이들, 상처받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색감은 밝고 영화의 포스터는 평화로우며 아기자기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들이 두 번 보기 어려울 만큼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집>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영화 초반부터 들려오는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가 무척 폭력적이어서 듣고 있는 게 힘들었다. <우리들>, <세계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작품 속 아이들은 자기가 속한 세계 속에서 언제나 고군분투하고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보지만 현실의 벽은 냉담하기만 하고 그렇게 서서히 지쳐간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모두 변화한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변화하려 노력한다. 내가 윤가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윤가은 감독은 영화 속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성장시키기 위해선 아이들을 무척 소중히 대해야 하는데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러한 지점이 여실히 느껴진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그 방식이 인상 깊다.


대부분의 어른은 아이들을 표백된 세계에 가두려고 한다.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만 원한다. 아이들의 불행을 보고 싶을 때면 어른들이 나서 아이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구조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지워진다. 창작자는 이야기 내 인물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종종 이야기 내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 해도 실망감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포함해 그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감독이나 작품에 애정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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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무척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다음 영화의 제목은 어떻게 될까? 주인공은 또 어떤 어려움을 겪는 아이일까?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그 주변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앞으로도 열심히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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