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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노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야, 밥 오덴커크
4월 17일 <존 윅>, <노바디> 제작진과 더불어 밥 오덴커크가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노멀>이 개봉한다.
<노멀>은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 ‘노멀’을 배경으로 한다. 이름값이라도 하듯 평범해 보이는 마을은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영위하는 이곳 주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미국의 여느 동네 경찰서의 모습이 그렇듯 슈가 코팅한 도넛을 한 손에 든 경찰관이 있고, 포근한 인상의 동네 할머니는 알록달록한 실이 펼쳐진 뜨개질방을 운영하며, 이렇다 할 멋진 메뉴는 없지만 코지한 별장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노멀한 마을.
주인공 율리시스(밥 오덴커크)는 전임 보안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곳의 임시 보안관으로 부임한다. 율리시스의 목표는 이곳에서 조용히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것. 그러나 초보 강도들의 어리숙한 은행 습격 사건이 터지며 상황은 급변한다. 은행 금고 속에서 봐서는 안 될 마을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비밀이 드러나자 친절했던 마을 주민들과 동료 경찰들까지 모두 돌변하여 그를 죽이려 들고, 율리시스는 처절한 사투를 시작한다.

가장 평안한 이름의 폭력, 정상성
나는 평범함을 원한다. 내 한몸 뉘일 집 한 채와 끼니를 거르지 않을 식량, 가끔은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경제력 정도면 충분하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규격화해놓은 평범함에 대한 프레임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규격화된 기준이 정상성에 대한 강박으로 흘러간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지인의 취업이나 결혼 소식에 문득 뒤처지는 듯한 불안을 느끼는 것 역시 우리가 설정한 정상성이라는 프레임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기인한 것일테니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문광의 인터폰 장면을 기점으로 장르의 변곡점을 맞이하듯, 이 영화의 장르를 뒤바꾸는 상징적 장치는 율리시스가 마을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은행 금고를 보게 되는 장면이다.
때문에 이는 단순히 어리숙한 강도들의 은행습격 사건을 넘어 마을의 추악한 실체를 대면하는 사건이 된다.
마을의 비밀이 들통난 순간, 도넛을 나눠 먹던 선량한 시민들이 피투성이 살인마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노멀의 주민들이 사수하려는 진짜 ‘노멀’은 평온한 삶을 지키려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가 아니다. 그들의 정상성은 '마을의 비밀을 아무도 발설하지 않는 침묵의 상태'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침묵의 실체를 알아버린 외부인(율리시스)은 더 이상 친절함의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이 된다. 우리만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대열을 이탈한 자를 처단해도 좋다는 집단적 면죄부가 작동하는 것이다.
다만 영화는 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빌려 무겁지 않게 흘러간다. 그 사이사이에 율리시스와 공조하는 이들이 생기기도 하고, 선량한 줄 알았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씬을 전개하며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특히 후반부, 문제의 근원을 통쾌하게 썰어버린 노멀이 다시 평온을 되찾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이러한 회귀 구조는 가짜 평화의 종말이자 새로운 정화를 의미한다. 이는 노멀이라는 마을 자체의 정화이기도 하지만 율리시스라는 개인의 정화이기도 하다.
이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 개인의 내면적 투쟁을 해결하는 통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로 영화의 끝부분에서 노멀을 되찾은 율리시스에게 아내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온 것은 그가 비로소 상실감에서 벗어나 평안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노멀에서 시작해서 다시 노멀로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노멀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평온이 비겁함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차라리 율리시스처럼 판을 뒤엎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끝이 났고 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만 지금의 노멀은 그전과는 다르다.
노멀에서 시작해서 다시 노멀로. 그리고 이제는 악을 도려내고 얻어낸 진짜 '노멀'로.
- MY 평점: ★★★☆☆
- MY 한줄평: 노멀에서 시작해서 다시 노멀로. 그 길 위에 도사리고 있던 길고 긴 침묵을 깨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 <노바디>, <존 윅> 제작진표 액션의 쾌감을 믿는 분,
- 다정한 미소 뒤에 숨겨진 서늘한 집단주의의 민낯을 마주하고 싶은 분,
- 무엇보다 우리가 믿는 ‘정상성’이라는 가면이 가끔은 피로하게 느껴지는 모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