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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팝은 점점 더 빠르게 자신을 증명한다. 다양한 플랫폼 환경에서 짧은 순간 안에 귀를 붙들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 노력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aron!(애런)의 음악은 빠르지만 부드럽게 스며든다. 그는 재즈를 기반으로 부드러운 팝을 그리며 조용히 다가오고, 화려한 장치 대신 멜로디와 목소리의 결로 자신을 보여준다.


aron!으로 활동하는 Aron Stornaiuolo는 미국의 재즈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다. 2023년 'The Other Side'로 데뷔해 포크와 인디팝으로부터 출발했고, 재즈의 색채가 더해진 EP [cozy you (and other nice songs)]를 통해 음악적 세계를 넓혀가며 인기를 얻었다.


애런의 매력은 재즈의 오래된 문법을 가져오면서도 자신의 표현을 복고의 연출로 남겨두지 않는 부분에 있다. 그는 보사노바, 스윙, 크루닝의 테크닉을 사용하면서 포크와 팝의 목소리로 엮어낸다. 그의 음악에서 재즈는 어렵고 복잡한 기교가 아닌 편안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되며, 그 편안함은 다른 어떤 자극적인 음악보다도 빠르게 귀를 사로잡는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 'cozy you'는 애런이 재즈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곡이다. 곡은 빈티지한 스트라이드 피아노와 축음기로 재생되는 듯한 보컬로 시작되지만, 인트로가 끝난 뒤에는 악기와과 함께 선명한 소리로 모습을 드러낸다. 부드럽게 머릿속에 맴도는 멜로디는 곡의 중심을 잡으며 청자를 곡의 끝까지 이끌고 가는 단단한 팝의 중심으로 작동한다.


'table for two'는 재즈와 보사노바가 섬세하게 엮인 곡이다. 스윙 빅밴드가 연주할 것 같은 인트로 섹션을 지나 숨 가쁜 리듬의 보사노바 기타가 등장한다. 곡의 전반적인 편곡은 브라스의 음압과 스윙의 속도로 밀어붙이지만, 작은 스튜디오와 같은 안락한 공간에서 악기들이 빈 공간을 채운다. 곡 구성 또한 2분 남짓한 시간 내에서 밀도 높게 이어지는데, 재즈의 헤드만을 연주하는 것 같은 구성은 오히려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듯한 인상마저 들게 한다.


애런의 음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재즈를 장르적 권위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팝이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요소인 짧고 선명한 멜로디와 직관적인 후렴, 가볍게 흘러가는 러닝타임 안에 재즈의 질감과 리듬을 녹여 넣는다. 그래서 그의 곡은 분명 재즈의 문법을 품고 있지만 감상은 훨씬 가볍고 편안하다. 오래된 장르의 문법을 덜어내고 필요한 만큼만 남겨낸 방식은 애런이 보여주는 재즈의 현대적인 해석이다.


그럼에도 애런은 재즈를 향한 애정 어린 존경을 보여준다. 재즈 발라드 'a life with you’는 쳇 베이커가 연상되는 섬세하고 여유로운 멜로디를 들려주고, 색소폰 솔로로 채워지는 간주와 이후 브릿지 멜로디로 이어지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트랙은 재즈의 마니아들에게도 반가운 순간이 된다.


애런의 음악은 재즈를 낯설고 먼 장르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는 오래된 재즈의 문법을 오늘의 팝으로 옮겨오며 장르의 무게보다 안락한 감각을 들려준다. 동시에 재즈가 지닌 섬세한 멜로디와 리듬, 느긋한 호흡의 아름다움을 정성스럽게 담아낸다. 그래서 애런의 음악은 팝을 즐겨 듣는 이들에게는 재즈의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언어가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 된다.

 

애런은 지금의 팝 안에 신선한 재즈의 바람을 자연스럽게 불어넣는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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