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아직까지 가장 화제성이 큰 예능은 단연 《솔로지옥 5》 이지 않나 싶다.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로 시즌 5까지 이어진 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데 (보통 시즌 2,3을 넘어갈수록 진부하다는 평이 많기에) 매시즌 조금씩 베리에이션을 주면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꽤나 재밌다. 기존과 다른 천국도 게임 (화보촬영 등) , 쌍메기 도입 등등도 하나의 변주지만 이번 시즌은 출연자들이 다하지 않았나 싶다.
1. 역대급 빌런? 혹은 주인공
문제는 그 화제성이 긍정적인 의미의 관심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캐릭터로 낙인이 찍히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관심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출연자에게 역대급, 빌런 등의 수식어가 계속 붙는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마음을 계속 바꾸고, 그걸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만 바라봐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본인은 더 알아보고 싶어 하는 태도. 이 상충된 감정선이 반복해서 전면에 배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사의 중심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3주 내내 화면의 무게중심이 한 사람에게 실려 있었다는 느낌이다. 좋든 싫든, 이번 시즌을 이야기할 때 최미나수를 빼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근데 우리가 하나 생각해야 할 건, 거기서 벌어진 일들이 사실 길어야 열흘 남짓이라는 점이다. 초반에 갈팡질팡하던 모습도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문제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걸 거의 한 달 동안 나눠서 본다는 거다. 같은 장면을 계속 보고, 다음 화까지 기다리면서 곱씹다 보니 훨씬 길게 느껴진다. 실제 시간은 짧은데 체감 시간은 길어지고, 그 사이에서 인물에 대한 인상은 점점 굳어버린다.
거의 프로그램 막바지에 가서는 최미나수가 마음을 굳히는 모습을 보이고, 패널들도 그녀가 성장했다고 말하면서 서사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욕먹었던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자극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시점에 그녀의 분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보면서, 결국 하나의 예능적 요소로 소비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더 강해졌다.
2. 편집이 만든 인물, 시청자가 만든 이미지
그런데 이게 과연 당연한 일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지 경계가 애매해진다. 방송이라는 건 결국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유지되는 산업이고, 그렇다면 더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방향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청자의 관심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요소다. 그렇다 보니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출연진의 이미지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자극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쪽이 오히려 맞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출연을 동의한 사람들 역시 어느 정도는 이런 구조를 감수하고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문제는 글의 후미에 다시한번 언급하겠다.
하지만 내가 정말 짜증나는 지점은, 이 모든 편집의 의도에 과하게,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회차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인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양산형 쇼츠 댓글로 우르르 몰려가 악플을 달고 인생을 평가한다. 내가 말하는 건 방송 속 행동을 두고 해석하거나 비판하는 반응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 것이다. 문제는 명백히 선을 넘어버린 공격들이다. 그런 모습들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그런 댓글들을 보고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나의 무감각이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3. 대중은 언제부터 판사가 되었나.
사실 이런 구조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 예능이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든 운동 경기든, 매 순간 공격의 대상이 생기고 방송의 흐름이 바뀌면 또 다른 사람을 욕한다. 짧은 몇 순간의 장면만으로 한 인간 전체를 다 아는 것처럼 평가하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사실 이런 장면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돼 왔다. 무언가 화제가 되면 인스타로 달려가 댓글 테러를 하고,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말을 얹는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 역시 그 행동이 그렇게까지 큰 잘못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지 않을 까 싶다. 그럼 그들은 거기서 어떤 감정을 얻는 걸까. 통쾌함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잘못을 내가 지적했다는 만족감일까. 어느 쪽이든 이런 구조가 점점 당연해지는 분위기가 나는 좀 무섭다.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사회 전체가 이런 순환에 무뎌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시청자다. 방송을 보고 반응하고 해석하고 의견을 나누는 건 건강한 공론장의 일부다. 하지만 도를 넘는 공격과 댓글 문화는 분명 줄어들어야 한다. 편집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 판단의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4. 그리고, 제작자의 역할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시청자의 흥미와 일반인 출연자의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할지 분명 고민할 필요가 있다. 화제성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 화제성이 꼭 부정적인 빌런 서사나 엽기적인 캐릭터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순간에서 더 크게 터질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더 자극적으로 드러낼지가 아니라, 각 인물이 가진 매력적이고 재밌는 요소를 어떻게 더 잘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다. 충분히 긍정적 요소로써 화제를 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제작진의 분명한 역량 부족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결국 대중의 반응을 가장 크게 마주하는 건 제작진이고, 그만큼 책임 역시 그들에게도 있다고 할 수 있기에. 그래서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솔로지옥 리뷰 보다는, 방송 컨텐츠와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 문화에 대한 리뷰인 것 같지만, 어쨌든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