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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이는 라멘 가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 마리코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하나뿐인 친구는 대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택에서 뛰어내려 생을 등졌다. 장례식에 대해 생각하다 장례마저도 제대로 치르지 않을 마리코의 친부를 떠올린다. 식칼을 빼들고 무작정 마리코의 집으로 향한다. 그에게서 마리코의 유골을 돌려받기 위해.

캐치 미 이프 유 캔
방문 판매원으로 위장한 시이는 마리코의 집에서 불단 앞에 앉아 유골을 바라보는 마리코의 친부를 보고 눈이 헤까닥 돌아 달려든다. 시이는 머리채를 잡히고 수차례 걷어차여도 끝까지 유골함을 놓지 않는다. 칼을 쳐들며 소리친다.
["고등학생 때 친딸을 강간한 네놈이, 중학생이었던 친딸을 노예처럼 부려 먹었던 네놈이! 초등학생이었던 친딸에게서 엄마를 빼앗은 네놈!! 네놈이!! 천연덕스럽게 명복을 빌어?! 구역질 나!!!"]
교복을 입던 시절, 함께 놀기로 해놓고 마리코가 나오지 않던 일이 있었다. 예전에 들어본 집으로 가본다. 우당탕 가장 큰 소리가 나는 그 집으로 향한다. 볼이 퉁퉁 붓고 입술이 터진 마리코가 나온다. 엄마가 도망치고 마리코는 줄곧 쓰레기장이 된 집에서 친부의 뒷바라지를 한다. 언젠가 엄마가 돌아올 뻔했지만, 마리코가 친부를 유혹했기 때문에 마리코에게 손을 댄 것이라 주장하며 마리코 탓을 하고는 떠나버린다. 천천히 망가진다. 어른이 되어서 남자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할 때도 시이가 구출해 준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간다. 마리코가 말한다. 맞아, 난 망가졌어.
시이는 유골함을 들고 마리코의 집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다. 마리코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죽어버리면 결국 마리코는 그 집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시이는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언덕을 구르고 강에 빠져도 일어나 절뚝거리며 맨발로 마리코와 떠난다. 이젠 집을 벗어나도 아빠에게 혼날 일은 없다. 커서 가기로 했던 바다로 간다.

망가진 네가 너를 구할 때
한숨도 못 잔 채 도착한 마리가오카 곶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날치기를 당하는 것이다. 유골함을 제외한 모든 걸 잃어버린 스이는 포기하고 울부짖는다. 왜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냐고 묻는다. 왜 함께 죽자고 묻지 않았냐고 묻는다. 바다를 앞에 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시이의 옆에서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치한으로부터 도망치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다. 도와달라고 외치는 마리코와 겹쳐 보인다. 주저하지 않는다.
유골함을 치한의 머리통에 휘두르자, 치한과 함께 나가떨어진다. 유골함이 열려 유골이 쏟아진다. 마지막까지 마리코를 막을 수 없다.
["넌 재가 되어도 변함없구나. 반짝반짝 빛나고, 손에 잡히지 않고, 바람에 흩날리고…. 그리고 중력에 거스르지 못해."]
중력을 이기지 못한 마리코는 떨어지면서도 타인을 구하고 떠난다. 마지막 이별이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자들에게
친구의 유골을 친구의 가족으로부터 빼앗아 여행을 간다는 충격적인 소재에 책을 펴게 됐다. 그러나 이 만화는 무겁지만은 않다. 블랙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과장된 몇 표현법이 독특하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이 길고 친절하다. 중심 내용이 많지 않아서 금방 읽히기도 한다. 긴말이 나오지 않는, 잔잔하지 않지만 덤덤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22년 영화화되기도 했으니 만화적 연출과 긴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만화를, 깊은 몰입과 현실감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아픔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겨진 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이젠 없는 사람을 만나려면 자신이 살아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