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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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룸을 알게 된 건 올해 생일이었다.

   

교보문고에 들러 나를 위한 생일 선물로 책을 사주려고 했고, 그 떄 눈에 들어온 것이 라이팅 룸이 발행한 '종이 위에서 울고 웃기'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라이팅 룸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각자만의 손글씨로 꾹꾹 적어내려 간 글들이 엮어져 있었고, 당시 나는 그러한 글들로 많이 위로받았다. 나는 손 글씨가 주는 힘을 믿는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나 또한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와 여러가지 생각들을 비워내고자 '라이팅 룸'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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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룸은 을지로에 위치해 있다. 나는 미리 한 시간 예약을 한 뒤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조그만 상가의 2층에 위치해있는 라이팅 룸 입장 문 앞에는 아래와 같은 안내문이 손글씨로 적혀져 있었다. 다정함과 따뜻함, 사려 깊음이 벌써부터 느껴지는 듯 했다.

 

 

나만의 기록에 몰입하는 공간, 라이팅 룸에 방문해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복잡한 세상의 소음을 피해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러 오셨나요?

 

책상에 앉아 멍하니 흐르는 시간을 느껴보세요.

아무런 생각 없이 창밖의 움직임을 보고있으면

어느새 뭐라도 적어보고 싶을 거예요.

최근에 꽤 힘들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내가 요새 바라고 꿈꾸는 내 모습은 무엇인지,

나를 죽게하고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만의 속도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글씨체로

나를 마주하는 순간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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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니 사장님께서는 안내문이 담긴 종이와 오늘의 차, 그리고 다과를 준비해주셨다.

 

그리고 종이 안에는 오늘 내가 써봤으면 하는 글의 주제도 적혀 있었는데, 내가 받은 건 "부러움에 관하여" 라는 주제였다. 나는 이 주제를 보자마자 굉장히 놀랐다. 그 이유는 내가 평소에 굉장히 타인에 대한 부러움을 잘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신경쓰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나의 고유함과 정체성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습관이었던 나는 이 글에 쓸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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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굵기와 사용감의 펜을 직접 고른다. 그리고 받은 차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언제 부러움을 느끼는가?"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나를 어떻게 만드는가?"와 같은 생각들.

 

그러면 어느새 펜을 잡고 종이 위에서 나의 이야기를 휘갈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내가 자격지심과 부러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는 일종의 고백, 그리고 경험을 얘기하며 내 마음 한 켠에 있던 이야기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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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주제의 글을 써낸 뒤, '라이팅 룸'이라는 공간에 조금 익숙해진 나는 본격적으로 공간 탐방을 시작했다. 정말 많은 글감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특정 단어를 주제로 한 여러가지 노트들이었다. 예를 들면, 위 사진은 <고민 노트> 들이다. 1권부터 현재는 7권까지 나온 고민 노트. 이 곳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손글씨로 적어 내려간 소중한 고민들이 적혀져 있다. "말 못 할 고민이 있나요? 고민노트에 털어두고 가세요. 누군가 당신의 고민에 답글을 달아줄지도 몰라요."라는 글귀는 많은 이들로부터 마음 속에 담긴 익명의 고민들을 수집하게 만들었다.

 

이리 많은 이들이 마음 한 켠에 고민을 안고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은 다 보편적으로 복잡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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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고민을 생각하며 펼치면 나에게 답을 주는 '마법의 고민해결 소라고동 노트', 사랑에 대한 많은 이들의 고찰이 담겨있는 'Everything about love' 노트, 실 없지만 인생을 풍부히 만들어주는 '터무니 없는 질문들을 위한 노트', 잡지 않으면 사라지는 생각들이 담겨있는 '오늘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담은 낙서노트' 등.

 

그 때 그 때 마음이 가는 이야기에 내 말을 붙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들을 읽어보는 것은 꽤나 위로가 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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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글감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준비해둔 글감 쪽지도 있었다. 정말 많은 질문들과 많은 장치들이 '내가 누구인지' 에 한 발짝 다가가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노트를 읽고 느낀 점은, 정말 많은 이들이 자아 탐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 또한 그랬듯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던 점은, 이렇게 라이팅 룸을 찾아와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가 '나를 알아가는 것'의 시작이라는 것.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이미 한 걸음을 내뎠다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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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1시간은 꽤나 밀도 있게 지나갔다. 나는 총 3개의 엽서에 이야기를 쓸 수 있었고, 내 마음 속에 있던 이야기들이 무엇이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의미있던 시간이었다. 연말 혹은 연초에 나의 마음을 다잡을 때도 참 좋은 장치가 될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는, 혹은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공간을 통해서 부디 자신의 마음을 잘 돌볼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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