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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1년이 되었다.

   

2014년, 향년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가 남긴 노래들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미 ‘마왕’이라는 별명이 전설처럼 들리던 세대였다. 하지만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지금의 내 마음과 닮아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이었다. 대학을 가기 위해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던 그때, 나의 유일한 낙은 음악이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학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때, 불을 끄고 베개에 머리를 뉘일 때, 음악은 잠시 현실을 벗어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렇게 여러 음악을 디깅하던 중,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신해철.

 

‘그대에게’의 첫 전주만 들어도 귀에 익숙한, 그러나 들을수록 낯선 울림을 주는 노래였다. 신나는 멜로디에 끌려 듣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가사가 내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그의 노래는 단순한 위로나 사랑이 아닌, 살아가는 법에 대한 진심 어린 가르침이었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가르침을 준 마왕의 세 곡을 소개한다.

 

 

 

나에게 쓰는 편지


 

 

 

‘나에게 쓰는 편지’는 제목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곡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신해철의 다짐이 담겨있다.

 

이 노래를 들었을 당시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이라는 가사에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곤 했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는 내가 자기 전마다 눈을 감고 들었던 곡이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의 파랗던 꿈을.”이라는 첫소절은 수험생활 막바지에 있던 내게 유난히 다가왔다.

 

무엇을 찾기 위해 이 세상에 왔는지를 묻는 이 곡을 들으면서 알 수 없는 삶이지만 나만의 답을 찾아 꿋꿋하게 걸어가야함을 매일 밤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게 사랑 노래라지만 이 노래에는 흔하디 흔한 ‘사랑해’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일상적인 언어로 사랑을 표현하는 신해철의 가사를 보며 나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평범한 삶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특별함을 느끼는 시절을 상상해보곤 했다.

 

*

 

이렇게 나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삶의 권태로움을 벗어나 긍정하는 법을,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배웠다. 그는 음악으로 언제나 정답 없이 방황하는 존재들에게 말을 걸었다. 누군가는 외면했던 약자와 청춘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주었다.

 

그가 떠난 지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지치고 흔들리며, 때로는 스스로의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 오늘, 다시금 ‘마왕’의 목소리가 그립다. 단단한 확신보다는 끝없는 질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의 노래가 다시금 필요해 보인다.

 

만약 지금 그가 살아있다면 청춘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멋진 노래들로 세상을 빛냈을지 상상해본다. 점점 사랑과 관용이 부족해지는 것만 같은 오늘날, 지치고 힘든 날 기댈 곳이 필요하다면 신해철의 노래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신해철님, 안녕하세요.

 

당신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의 노래를 알게 되었지만, 그 노래는 여전히 제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당신을 통해 용기를 배웠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요즘 들어 더욱 그리운 당신입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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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걸 탐험하며 멋나게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은 폼생폼사 인간, 강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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