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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길 위에서의 45일은, 익숙한 세계를 떠나 낯선 시스템에 오롯이 던져지는 거대한 실험이자 경험이었다.

   

처음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이 여행은 영국과 남유럽을 관통하는 명확한 좌표를 가지고 있었다. 대학 시절 교양 수업에서 보았던 내셔널 갤러리의 붓 터치와 달리 미술관의 초현실적인 몽상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 하이랜드의 스카이섬이나 포르투갈 라고스의 햇살 아래 빛나는 기암절벽 같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웅장한 자연을 두 눈에 담는 것. 이 모든 것이 미디어나 책에서 얻은 간접경험을 직접 경험으로 치환하려는 가장 순수한 시도였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생생하고 새로웠다. 국내 당일치기 여행이나 5일간의 짧은 대만 여행과는 달리,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타지에서 내린 모든 결정은 오롯이 내 선택과 책임이었다.

 

낯선 곳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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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스템에 던져지는 경험은 때로는 사소하고, 때로는 압도적이었다.

 

한국의 편리한 디지털 도어록이 아닌 100년도 더 된 건물의 육중한 열쇠를 돌려야 했고, 비접촉 결제가 익숙한 나에게 카드가 아닌 종이 티켓을 끊기 위해 지하철 발매기와 씨름해야 했다. 익숙한 아스팔트가 아닌 닳고 닳은 타일 도보를 걷는 감각.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나는 온전히 '외국인' 그 자체가 되었고, 이방인으로서의 저강도 긴장감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은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바르셀로나와 런던의 차로 가득 찬 도로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도시의 냄새와 소음,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의 교통 규칙은 간접적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생생한 감각이었다.

 

반면, 하이랜드 스카이섬에서 만난 폭우와 안개, 라고스 절벽 끝에서 느낀 바람의 거칠기는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깨닫게 했다.

 

이러한 물리적 감각의 충돌이야말로 여행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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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낯섦만이 여행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방인들을 만났고, 계획을 무너뜨리는 즉흥성이 여행의 주요 문법이 되었다.

 

호스텔의 좁은 주방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나지막한 대화, 미술관 벤치에서 우연히 말을 걸어온 현지인과의 스몰 토크는 뜻밖의 인연을 선사했다. 언어의 장벽 앞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은 단 하나, "Just ask," 그저 묻는 것이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단순한 행위가 막막했던 상황을 해결하는 열쇠였으며,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가장 쉬운 길이었다.

 

이 모험에는 가장 큰 역설이 하나 있었다. 생각보다 외롭지 않았지만, 때때로 깊은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혼자 떠났다 한들, 수많은 감정의 파동을 오롯이 혼자서만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이랜드의 장엄한 풍경 앞에서 느낀 벅참, 미술 작품이 주는 울림을 함께 공유하고, 듣고, 이야기할 대상이 필요했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완성하는 존재라는 것을, 길 위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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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무리하며 나는 감흥의 시차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지금 이 순간, 런던의 빅 벤을 보며 느끼는 순수한 경이로움이나 포르투갈의 그린 와인 한 잔에 감탄하는 섬세한 감정이, 만약 내가 더 많은 간접경험과 나이를 쌓은 후에 도착했다면 그대로일까? 직접경험의 빈도가 늘어날수록, 설렘과 감흥은 옅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서늘한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이 모든 여정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먼저 길을 걸어간 선구자들, 블로그나 여행 카페에 기록을 남긴 이름 모를 여행자들의 경험이었다. 그들의 기록이 없었다면 나는 낯선 시스템 속에서 방황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시스템과 예상치 못한 인연들 속에서 나를 만난 경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은, 더 이상 편안하고 익숙한 곳만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는 선언과 같다.

 

이제 나는 안온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가 외국인으로서 던져져 있던 그 모든 낯섦을, 새로운 시대를 향한 미지의 열쇠처럼 조용히 주머니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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