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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를 통한 민감성의 재발견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너무 사소한 곳에 신경 쓰는 것 아니야?”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나는 남들보다 감각이 발달돼 있다. 교실 안의 작은 분위기 변화, 창밖에서 스치는 바람의 결까지……. 다른 사람들은 금세 흘려보내는 것들이 내겐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물론 이런 기질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직장동료가 머리만 살짝 다듬었는데도 알 수 있었으며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으면 귀신같이 알아챘다. 회사 생활을 하며 ‘기억을 잘한다’ ‘사소한 걸 잘 포착한다’라는 칭찬도 받았었다.


처음엔 그것이 단점이었다. 스스로를 ‘유리 멘탈 인간’이라고 자처하며 사회 속에서 적응하기 힘든 ‘피곤한 존재’라고 여겼다. 예민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참기 힘든 성격’이라고 돌려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센서티브』라는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민감함이 결코 결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깊은 감각, 풍부한 내면, 그리고 섬세한 공감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자원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오래도록 짐처럼 짊어지고 다니던 ‘예민함’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감한 사람들을 일컬어 ‘하이라이 센서티브 퍼슨’(줄임말 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 부르며 그들의 내면세계를 과학적 연구와 실제 사례로 풀어낸다. 놀라운 점은 세계 인구의 약 20%가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니까 나만 특별히 이상 있거나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 인류의 다양성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기질인 것이다.

 

본문 중 몇 가지 공감 가는 구절을 발췌했다.

 

‘민감성은 결함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기질이다’

 

책 전체를 꿰뚫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한 문장으로 ‘예민함’은 단점이 아닌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성격의 일부, 이 또한 나의 모습이란 걸 인정하니 나를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민감성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원이 될 수 있다’

 

‘민감한 나’가 쓸모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문장이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고 사소한 불편을 감지하며, 예술과 자연에서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것. 이러한 감각이 모이면 사회를 더 안전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센서티브에서는 민감성을 ‘개인의 약점’이 아닌 ‘자산’이라고 깨닫게 해준다. 센서티브를 읽으며 오랫동안 품고 있던 질문에 답을 얻었다. 민감함은 부끄러움이 아닌 ‘존재의 또 다른 방식’이다. 돌이켜 보면 내게 힘들었던 순간은 민감해서가 아니라 민감한 나를 부정하려 했던 때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무던해지려 애쓰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외면하며 지나간 시간도 있었다. 민감함을 억누르려 하기보다는 섬세함을 인정하고 내 감정을 돌보는 태도가 필요했다.


민감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만 깊이 회복한다. 작은 것에 상처받지만 그만큼 작은 것에 감동한다.

 
이 모순적인 기질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센서티브』라는 책을 읽으며 민감함의 부정적인 면모보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바다처럼 깊은 어떤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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