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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나 함께한 나의 연인. 분명 둘이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자꾸 나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연인의 사랑이 압박으로, 구속으로 느껴진다. 이 사람과 떨어진다면 내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상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연인의 팔과 내 팔이 딱 달라붙어 버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24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화 〈서브스턴스〉의 흥행으로 한국에 ‘바디 호러(Body Horror)’라는 장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바디 호러’란 인체의 부자연적인 변형, 결손, 파괴 등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심를 다루는 공포영화의 한 갈래이다. 즉, 간단히 말해 내 신체가 더 이상 내 신체가 아닐 때 느껴지는 공포이다.

 

그런 시류를 일부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투게더〉는 〈서브스턴스〉와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서브스턴스〉가 한 인물이 두 개의 신체로 분리되는 과정을 그린다면, 〈투게더〉는 반대로 두 개의 독립적인 인물이 하나의 신체로 합쳐지려는 과정을 담아낸다. 갈라짐과 합일이라는 상반된 방향 속에서, 두 영화는 모두 신체를 매개로 인간 존재와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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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는 마이클 생크스 감독의 2025년 작품으로, 감정적인 위기와 권태를 겪는 연인이 새롭게 이사한 시골 마을에서 서로의 몸이 점점 붙어버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의 포스터와 홍보 문구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의 장르는 ‘바디 호러 로맨스’이다.

 

주변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는 오랜 연인 관계인 팀(데이브 프랭코 분)과 밀리(알리슨 브리 분). 팀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발산하는 멋진 록스타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밀리는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며 그런 팀을 뒷바라지하지만, 팀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한다. 둘은 매일 매일이 비슷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찾기 위해 시골로 이사한다. 하지만 이 이사에서도 둘의 마음은 동상이몽이었으니, 밀리는 둘만의 하루하루를 기대했으나 팀은 어렵게 얻은 밴드 기타리스트 자리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친구들과 꿈을 실현할 기회가 있는 도시에 미련이 남지만, 밀리를 떠날 수가 없기에 함께 시골로 향한다.

 

하지만 이사를 마친 뒤에도 관계의 균열은 점점 커져 간다. 운전면허가 없는 팀은 밀 리가 태워주지 않으면 시골 마을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고, 이곳에 자신이 갇혔다는 생각을 한다. 반면 밀리는 벌써 30대 중반에다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현실감각을 되찾아야 할 팀이 집 안에서 음악 작업에만 골몰하니 한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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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둘은 주변 숲을 산책한다.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 길을 잃고 헤매던 두 사람은 구덩이 속으로 추락하고, 갈증을 호소하던 팀은 결국 남은 생수를 모두 밀리에게 주고 자신은 구덩이 속에 고여있는 알 수 없는 물을 마신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권태롭던 둘에게 서로를 향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이 느껴지고, 서로 떨어지면 견딜 수 없는 갈증에 몸이 타들어 갈 것만 같다. 서로가 없이는 잠시도 견딜 수 없다. 급기야 팀의 몸이 밀리에게 동기화되며 밀리가 차를 타고 집을 떠나자, 그 차의 방향에 따라 팀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곧 둘은 서로의 신체가 닿아 있으면 곧 달라붙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처음엔 입술, 다음엔 머리카락, 다음엔 성기, 다음엔 팔의 피부와 그 밑의 근육까지 점점 깊숙이 달라붙게 된다. 이 이끌림의 원인은 무엇이며 둘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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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호러의 외형을 한 사랑의 우화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며, 겉으로는 끔찍하고 징그러운 바디 호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연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 속 팀과 밀리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신뢰하는 연인이지만, 오래 이어져 온 관계가 그렇듯 새로운 자극은 사라지고, 처음의 뜨거웠던 사랑은 점차 식어간다.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에는 다소 소홀하며 서로 환멸을 느끼거나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이미 서로의 일상이 되어 둘이 함께하지 않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기 연애 커플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둘의 신체가 달라붙는 것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고 하루 종일 함께하는 연인 관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한 듯하다. 시종일관 붙어 다니게 된 그들은 서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고, 떨어지고 싶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하지만 결국 종내에 둘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는 언제나, 그리고 여전히 당신임을 깨달으며,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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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신선한 소재와 그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과정은 충분히 독창적이었고, 바디 호러로서의 역할을 빼먹지 않는 동시에 관계의 미묘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그동안 쌓여온 긴장과 불안이 해소되는 동시에, 묘하게 아름답고도 섬뜩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 펼쳐졌다. 필자는 마지막 1분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이 벌어질 만큼 강렬한 충격과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호러 영화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다시금 받아들이는 ‘관계의 순환’을 잔혹하면서도 솔직하게 드러낸 연애 서사이자 성장기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분명히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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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는 지난 7월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관객들의 감탄과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대표적인 해외 영화 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서브스턴스〉에 비해 수위는 한층 낮아 보다 많은 관객이 접근하기 쉬운 작품이다. 팀과 밀리를 연기한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는 실제 부부로, 이 영화에서의 긴밀하고 끈적한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10년 연애의 다양하고 내밀한 감정을 깊숙이 파고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핵심이며 본질은 로맨스에 있다. 동시에, 연인의 신체 부위가 점점 붙어간다는 기묘한 설정을 통해 신선한 ‘바디 호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권태기를 겪고 있거나, 긴밀하고 끈끈한 관계의 본질에 흥미가 있거나, 혹은 바디 호러라는 장르적 특수성에 관심이 있다면 〈투게더〉는 반드시 경험해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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