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 기록 열망가들
지난주에 뮤지엄한미,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를 방문하였다. 전시장에서 이런 문구가 바로 눈에 보였다.
"매그넘은 사고의 공동체이자, 인간 공통의 특성,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호기심, 그것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려는 열망이 모여있는 곳이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 네 명의 사진가들이 합동 연대를 결성하였다고 한다. 그 연대의 이름은 '매그넘 포토스'이다. 매그넘 포토스라는 사진 합동 조합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조합에선 저널리스트, 예술가,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매그넘 소속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인물, 사건, 장소 등을 사진을 통해 기록한다.
이들은 사진을 통해 인류사를 담아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매그넘 포토스가 찍는 사진은 그냥 사진이 아니었다. 역사의 기록물이자 언론사에게 세계의 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매그넘들은 가장 신속하게, 실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언론사들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였다. [Life], [The New York Times], [Camera], [GEO], [Stern] 등 다양한 매거진에 매그넘 사진들이 실렸다고 한다.
거대한 거인 조각상, 무슨 뜻일까?
사실, 포토북이란 장르가 나에게 크게 와닿진 않았다. 사진들이 좀 난해한 면이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사진들도 있었다. 사실 난 전시의 흐름을 갈피를 바로 못 잡았던 것 같다.
고백하자면 뮤지엄 한미에서 눈에 바로 띄인 건 포토북이 아니었다. 눈에 띄인 건 흰색 마네킹의 거대한 거인이었다. 제목은 Bridge of Song이라고 한다. 거대한 거인이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거인 위에 다양한 인종들이 거닐고 있다. 가만히 조각상을 보니, 아이작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깨가 생각이 났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은 자신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한 것을 비유적으로 거인들의 어깨 덕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취는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라, 과거의 누적된 지식과 선배 과학자들 덕이란 의미로 말한 것이다.

사실 이 조각상에 대한 설명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건물 구석진 벽에 자그맣게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거인 조각상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브릿지bridge를 상징한다고 한다. 커다란 거인은 세계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이어주면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또한 다양한 세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station을 내포하기도 한다. 유영호의 Bridge of Song 작품을 통해, 사람을 잇는 연결점이자 기꺼이 어깨를 내줌으로써 차이를 포용하는 존중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난 다시 전시를 제대로 즐겨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매그넘 사진가들과 이어지고자 노력했다. 이에 난 한 가지 핵심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포토북의 진짜 의미란

사진은 단순한 구성이 아니다. 포토북도 단순한 사진의 집합이 아니었다. 전시의 2번째 파트, 시대 속의 매그넘을 보았다. 매그넘 사진가들은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순간을 사진가 고유의 스타일로 포착해냈다. 전공 수업 때, 저널리즘에 관한 기초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수업에서 중요하게 배웠던 한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저널리스트는 수동적 정보 전달자에서 벗어나 대화 저널리즘, 즉 공적 담론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서 말이다.
베르너 비쇼프는 매그넘의 대표 사진가이자 스위스 출신 사진가이다. 비쇼프는 저널리스트의 삶에 관해, 사진을 통해 표현하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격한 뒤,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결단을 하였다고 한다. 사회와 관련된 사진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는데 집중하였다. 이런 목표를 위해, 포토북을 만들게 되었다. 포토북은 단순한 사진의 집합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오브제였던 것이다. 또한, 사회 현상을 알려주는 지식의 매개체였다.

포토북을 볼 수 있게 마련된 장소도 있었다. 그 중 매그넘 사진가들이란 포토북이 기억에 남는다. 해당 책은 매그넘 사진가들이 촬영한 세계 어린이들의 일상과, 미국 뉴욕의 영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사진들을 보고 지은 시를 같이 엮은 것이다. 그 중 이런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회전 목마
재미는 행복이야.
그네 타기는 천장에서 대롱거리기
웃음은 침대 위에서 팔짝팔짝 뛰기
멀리 갈 수 있는 만큼 가!
그리고 더 이상 못 갈 것 같아?
그럼, 멈춰!



갈 수 있는 만큼, 즐길 수 있을 만큼 재미를 느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어떤 세상이나 사물, 관계를 이해하는 것에도 일단은 최선을 다하되, 이해를 못하는 것들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좋지 않은가. 나에게 이번 전시는 그런 전시였다.
다양한 포토북들을 감상하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일단 넘어가고 차분히 향유하는 태도. 재미란 그런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