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소극장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이 2024년 버전으로 새롭게 관객 앞에 선다.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바람으로의 여행>은 소극장 콘서트와 뮤지컬을 결합한 작품으로, 올해 11월 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김광석이 자신의 노래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은 그가 31세 때, 1996년의 일이었다. 그는 성실한 작곡가이자 가수였다. 그의 노래들은 한국인이라면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아는 대표곡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김광석의 노래에 빚진 바가 많다. <혼자 남은 밤>을 처음 들었을 때의 먹먹함을 잊지 못한다. <나의 노래>의 경쾌함을, <그날들>의 아련함을. 내가 알아야 할 마음들을 반걸음 앞서 보여준 그 노래들을, 고등학생 등하굣길의 힘이 되어준 노래들을 잊지 못한다.
김광석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노래만은 오래오래 살아있다. 그의 노래는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방에서, 각종 창작물에서 불린다.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은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소극장 밴드 공연이기도 하다. 뮤지컬의 내용 자체도 한 대학의 밴드부 학생들이 겪는 사건과 사랑, 상실 등을 주제로 한다.
신입생 이풍세는 김광석과 같은 가수를 꿈꾸는 대학생이다. 그런 그는 밴드에 가입하고 선배들은 그를 따스하게 맞는다. 와중에는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다. 가까운 이의 죽음도 있다. 김광석의 노래는 각 상황에 신나게 혹은 읊조리듯 울려 퍼진다. 김광석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던 그의 포부는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고 싶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연극을 굳이 장으로 구분한다면 시간의 띄움에 따라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에서 이풍세는 새내기에서 청년이, 그리고 장년의 나이를 맞이한다. 어떤 나이대에도 그리고 어떤 시대에도 김광석의 노래는 어색하지 않다.
마지막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의 공연은, 새내기 시절 오디션의 설렘과는 이제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내어 무대에 올랐다. 할 말은 많지만, 노래로 대신한다. 극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긴 하나, 이 뮤지컬은 이야기 보다 김광석의 노래를 기준으로 잡고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코끝이 찡하게 추워지는 연말. 일 년 내내 공연장을 쏘다니는 나이지만 연말의 공연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공기가 주는 무게감일 것이다.
공연을 보고 추운 거리를 거닐고,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은 하나의 일로 나에게 다가온다. 김광석은 부모님과 함께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이다. 나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뮤지컬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넘버를 숙지해서 가는 것인데, <바람으로의 여행>은 그런 과정 없이도 이미 아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배우들의 탄탄한 노래 실력과 연주 실력은 덤이다. 이야기가 곁들어진 작은 밴드 공연을 보러 간다고 생각해도 좋다.
김광석의 노래는 서로에게 다른 기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부모님과 함께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