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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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마법소녀물의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말하면 나이대를 들키게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피치피치핏치의 노래와 프리큐어의 분투, 캐릭캐릭체인지의 꿈을 보며 자랐다. 기적 같은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환상은 새로운 희망을 자라게 했지만 그보다 매력적인 것은 변신 과정에서 빛나는 전신과 사랑스러운 프릴드레스, 보석이 잔뜩 박힌 요봉 같은 것들이었다.

 

외견은 공주와 비슷하지만 일반적인 공주에 비해 훨씬 주체적이고 명랑한 모습의 마법소녀들은 타고 태어나야 하는 공주란 계급과 달리 성장 과정에서 우연한 사건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소녀들의 욕망을 들끓게 했다.

 

우리는 주로 희망찬 소녀들의 이야기를 보며 자랐다. 그녀들은 자신 혹은 타인을 위해 비밀스러운 마법의 힘으로 인생의 굴곡을 타파했으며 우리는 그녀들의 맑은 스토리에 매혹되곤 했다. 그러나 슈퍼히어로의 반대편엔 다크히어로가 존재하듯 순정 판타지 마법소녀의 반대편에도 일반적인 전개를 비틀어버린 다크 판타지계 마법소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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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애니플러스 작품 포스터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속칭 '마마마')는 2011년 1월 첫 방영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속칭 “마마마”는 심야 시간대에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애니의 블루레이 디스크 제1권은 TV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패키지 주간 판매량 최고 기록을 달성하였으며 '이후 제15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비롯한 여러 영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심야에 방영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본 작품의 주 소비층은 어린이들이 아닌 청소년-성인이었다. 따라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마법소녀물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3화에서 주인공의 히로인처럼 등장할 것 같던 ‘토모에 마미’는 인형 같은 모습의 귀여운 마녀에게 잡아먹혀 머리를 뜯긴 채 생을 마감한다. 3화부터 본모습을 드러낸 마마마의 충격적인 장면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마마마의 잔혹함과 자극성만을 따라 한 아류작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 작품은 평범한 소녀 카나메 마도카가 마법소녀가 될 것을 권유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중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법소녀가 된 소녀들과 그런 소녀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드러나는 1-2화는 흔한 동심 판타지와 다름없다. 그러나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에서 큐베라는 외계 생물체와의 조우,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 보존, 타임 루프, 평행세계 등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카우보이 비밥과 같은 고전 SF 애니에서나 볼 법한 모티브가 전개된다는 점이 마마마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완성하게 한다. 또한 마마마의 소구력으로 작동하는 사이키델릭한 이미지와 몽환적인 분위기,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키치한 콜라주 기법은 마마마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며 탄탄한 소비층을 구축했다.

 

주요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주인공 마도카는 친구 미키 사야카와 함께 쇼핑하던 중 큐베가 호무라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큐베를 데리고 도망치던 중 마녀의 결계에 휩쓸려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때마침 등장한 토모에 마미의 구조로 살아난다.

 

이후 마도카와 사야카는 마녀와 마법소녀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고 큐베는 자질이 있는 소녀에게 소원 한 가지를 이루어 주는 것을 대가로 마녀를 사냥하는 마법소녀로 만드는 계약을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녀와의 싸움에서 마미의 죽음을 보게 된 마도카와 사야카는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사야카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쿄스케)를 위해서 큐베와 계약하고 마법소녀가 된다.

 

여기서 굉장히 충격적인 반전이 나타나는데 바로 마법소녀가 절망에 휩싸여 저주를 품게 되면 마녀가 된다는 것. 마법소녀가 된 사야카는 자신의 영혼이 소울젬에 담겨 있다는 사실과 친구 히토미가 쿄스케를 연모하고 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게 되면서 마녀가 된다. 사야카는 그녀를 구하고자 했던 또 다른 마법 소녀 쿄코와 함께 생을 마감하게 되고 쿄코까지 죽자 최강의 마녀 발푸르기스의 밤과 싸울 마법소녀는 호무라만이 남게 된다.

 

사실 호무라는 마도카가 마법 소녀가 되지 않도록 큐베와 계약하여 시간을 계속해서 되돌리고 있던 것이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마도카를 구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 호무라가 마녀가 되어가는 와중 마도카가 나타나 큐베와 계약을 한다. 그리고 마도카의 소원은 바로 모든 우주의 모든 마녀를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희망을 품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몇 번이고 대답하겠어요."] - 12화, 카나메 마도카의 대사 中

 

결말에서 마도카는 자기희생으로 세상의 마법소녀들을 구원하지만 정작 그녀는 우주적 개념으로 치환되며 존재의 잊힘으로 죽음보다 더욱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게다가 그녀의 소울젬은 소녀들의 희망으로부터 상전이 된 절망과 고통으로 오염되는데 이는 마치 예수가 어린 양들의 죄를 떠안고 십자가에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

 

마마마에서는 작품 내내 어린 소녀들의 소원과 유토피아를 향한 그녀들의 희망은 그보다 큰 절망으로 끝맺음 된다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이는 언뜻 회의적인 서사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네 사회에서 빈번히 보이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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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말처럼 희망이 없다면 절망도 있을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희망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출발하며 그러한 희망은 모순된 현실로 인해 무너져내려 절망으로 점철된다. 결국 희망과 절망의 등가교환이라는 마마마의 주제는 판타지를 가장한 현실의 축소판인 것이다.

 

헌신적인 주인공으로 세계가 구원받는다는 결말은 유치한 클리셰적 엔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10화에 이르러서야 호무라 아케미와 카나메 마도카의 관계가 공개되었으며 해당 작품은 12부작이었기 때문에 마도카가 그러한 소원을 빌게 된 계기나 감정선의 측면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마도카처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 수많은 선구자들이 있었음을 기억하자는 것으로 제작자의 의도에서 놓고 본다면 그녀의 소원은 해당 세계관을 지키면서도 단순히 이타주의론의 측면을 넘어 세상을 향한 인류애적 사랑을 지켜낸 것이었다.

 

마법소녀라는 개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법소녀들이 마녀가 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소녀들의 소원과 희망을 인정하면서도 그녀들이 저주가 되지 않도록 구원했다. 개인적으로 이는 마도카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마도카는 소원의 효율을 따지기보다 희망이 어린 소녀들에게 자아를 회복하고 절망의 순환을 끊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깊이 이해한 것이고, 그녀들의 희망을 어루만지며 절망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스스로 비극적 엔딩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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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극장판 <발푸르기스의 회천> 공식 포스터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극장판이 2025년 12월에 개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 번째 극장판 <발푸르기스의 회천>은 반역의 이야기의 정통 후속작으로 TVA 마지막 화에서 등장한 발푸르기스의 밤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는 데다가 발푸르기스 밤의 떡밥을 회수해 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기존 시청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025년까지는 아직 1년이나 남았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새로운 극장판이 나오기 전, 12부작의 TVA부터 복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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