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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초연 이후 재탄생한 연극 <어메이징 그레이스>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매력적인 아트 딜러 그레이스,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검사와 변호사다. 그레이스가 진행한 경매에서 고가의 작품이 판매되었는데, 그 작품이 위작으로 드러난다.


단순하게 보면 검사와 변호사는 각각 그레이스와 대적하는 사람, 그리고 그를 도우려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그레이스와의 관계를 떠나서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람인가 하면 그 또한 아니다. 둘은 그저 자신의 이익(검사는 업무 성과, 변호사는 사회 운동)을 위해 그레이스의 사건을 적절히 이용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검사의 의도와도, 변호사의 의도와도 다르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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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주요 논의는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이냐 하는 물음이다. 자신이 판매한 작품이 위작임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그레이스가 늘어놓는 궤변도 있지만,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더 큰 진짜와 가짜에 있다.


극 초반부터, 검사에게 취조를 받는 그레이스는 단 한 번도 신원 확인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스 최 맞습니까?’라는 쉽고 단순해 보이는 질문을 줄곧 무시로, 혹은 ‘나는 죄를 짓지 않았어요.’라는 회피로 응답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극의 후반에서 그레이스 최는 그레이스 최가 아님이 드러난다.


그레이스 그 자체, 그리고 그레이스가 판매한 위작이 실상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게다가 위작의 구매자는 자취를 감추었고, 신분을 도용당한 진짜 그레이스 최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는 두 위조 사건의 피해자를 꼭 집어 가리키기 어렵게 만들어 사건의 본질을 더욱 흐려놓는다.


흐려놓는 것, 극에서도 사용된 표현처럼, 그레이스의 목적이 ‘미꾸라지’처럼 흐려놓는 것이었고 그것이 이 연극의 의도였을까? 사실 진짜와 가짜에 관한 그레이스의 궤변은 이성의 관점으로 흥미롭지도, 감정의 관점으로 매력적이지도 않다. 궤변일뿐더러 설령 그의 말에 혹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 위조 범죄로 이어지는 근거인지도 모르겠기에 도통 이해를 못 했다. 그 탓에 이 극에서 공감하고 이입할 대상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냥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세상의 기준에 돌을 하나 던져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켜보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이 진리는 아니라는 것을 한번 말해보고 싶었던 것뿐이라면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연출과 관련해서는 단연 액자가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취조실 안에서 진행되지만 두어 번 정도는 과거 시점의 경매장이 배경이 된다. 그레이스가 판매한 위작은 푸른 블라우스를 입은 소녀라고 하는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커다랗고 화려하지만 텅 비어 있는 액자 뿐이다. 처음에는 명작이지만 위작이 되어줄 소품을 마땅히 찾지 못해서 재치 있게 표현한 줄 알았는데, 그 빈 액자의 활용도는 극의 마무리에서 다시 드러난다.


그림 대신에 그레이스가 직접 액자 뒤에 가서 자리함으로써 그레이스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니 그를 지켜보는 우리의 삶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연극의 장점이자 단점대로, 그레이스가 담긴 액자를 구경하는 검사와 변호사의 표정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도 재밌는 지점이다. 그의 진위를 관찰하는지, 그런 고민 없이 그저 감상하는지, 아니면 감상조차 아니고 말 그대로 구경할 뿐인지. 어쩌면 그 안에 들은 것은 중요하지 않고 화려한 액자, 그 실속 없는 장식만을 구경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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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연출은 또 있다. 취조실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장면은 화려한 조명, 그리고 춤, 음악과 더불어 개그 씬으로 표현된다. 그 방식이 한편으로는 흥미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이 이 극 안에서 꼭 들어갔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 장면들은 코미디 외에 다른 기능을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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