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노래 가사가 내 이야기가 될 때가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감할 수 없는 남의 일’이라고 넘겼는데 어느 순간 너무나도 내 이야기가 되어서 돌아왔다.
커다란 세상을 만나 서로 다른 길 위에 서서
오늘은 우리 마지막 노래를 부르자
햇살에 반짝거리며 막연한 꿈을 말하던 추억은 여기에
너와 있던 그 자리에 남겨진 숱한 고민들 우리는 어디에
이제 어떤 말을 나눠야 할까
이지형 - Goodbye my friend
친한 친구와 같은 대학 다녔다. 모든 입시가 끝나고 합격 통지를 기다리던 시기, 늘 모이던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지원한 대학을 이야기하다가 한 군데 겹치는 걸 확인했다. 문과와 예체능이라는 다른 방향인데 어쩌다 보니 가는 길이 겹쳤다. 최종 발표가 나고 우리는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었다. 어디서 버스를 타고 어떻게 가면 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 첫걸음을 같이 시작했다.
딱 한 번이지만 같은 교양을 들은 적이 있었다. 때로는 같은 차를 타고 등교했고, 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을 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은 환승 지점에서 일부러 맛집을 찾아갔다. 대학 시절 내내 많은 순간을 함께했고 많은 일을 공유했다. 서로가 휴학을 엇갈려 사용했는데도 총 8학기 중 7학기를 같은 공간에서 보냈고 2월의 어느 날 나란히 학사모 사진을 남기면서 그 시절을 마무리했다. 너네는 어쩜 대학도 같이 다니고 졸업까지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중고와 달리 서로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대학인데 그 졸업식을 함께 한 사이라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에서 이 노래를 같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졸업이 마지막이 아니었고 남겨진 사람은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친구는 해외 인턴쉽을 준비했다. 화상 면접 이야기는 어느새 비자 이야기로 이어졌고 친구는 출근이 정해지자 빠르게 출국을 준비했다. 인턴쉽 기간이 1년이라면 3개월 6개월 9개월마다 고비가 온다는 이야기에 힘들면 돌아와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시간이 많았던 나는 시차를 건너뛰고 친구와 통화하는 날이 생겼다.
친구가 한국에 없는 사이 혼자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또 듣게 되는 날이 있었다.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는 머지않아 돌아올 거고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지낼 예정이라 여전히 good bye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몇 번의 계절을 지나 또 다른 시절을 만나 서로 멀리 있다 해도
갈 길을 잃고 헤매다 세상에 지쳐갈 때면 너를 기억할게
우리 가장 푸르던 날의 노래를
Goodbye my friend Goodbye my friend Goodbye my friend
안녕 이젠 안녕
이지형 - Goodbye my friend
최근에 이 노래를 다시 들을 일이 있었다. 인턴 하던 시절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 오랜 장거리 연애 끝에 친구는 결혼했고, 영주권이 나와서 한국행 티켓을 예약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에 있는 게 당연한 일이 된 현재에서.
여전히 우리 사이에는 ‘오래간만’이라는 말이 자리 잡을 새가 없는데도 노래를 듣다 말고 조금 서러워졌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처음 들었을 때의 자신만만했던 내가 어렸던 것 같고,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동안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눈물로 나올 것 같아서.
위치가 달라졌다고 심리적 원점이 원점이 아니게 될 일은 없는데, 그 친구는 나에게 집 같은 존재라서 여행지 같은 곳으로 아주 간다는 건 실감 나지 않는 일이었다. 여기든 저기든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서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걸 알지만, 앞으로는 같은 계절을 보낼 수 없다는 게 아쉬워졌다. 우리는 여기서 찐만두가 되었다가 냉동만두가 되는데 이제 너는 그럴 일 없지 않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친구가 다녀갔다. 짐도 많았을 텐데 부피가 큰 선물까지 가지고 왔다. 아까워서 아직 뜯지도 못했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같이 먹었고 같이 먹고 싶었던 음식도 챙겨 먹었다. 미리부터 모든 주말을 비워둬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이 만났다. 가능한 열심히 만났는데도 아쉬움이 남았다. 날이 더 좋았으면 한강에 갔을 수도 있고, 예전처럼 여행도 가고 싶은데 허락된 시간과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 사람 일 알 수 없는 거라더니, 20년 가까운 세월 한국에 있는 동안은 못해도 매월 한 번씩은 만났는데 이제 1년에 한 번, 며칠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당연한 줄도 몰랐는데 소중한 일이었다.
딱 20년 전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때는 같은 공간에 있었고 지금은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에 있다. 너는 자연스럽게 오면 같이 갈 곳을 이야기하고, 나는 셋이 가면 좋을 식당을 눈여겨보고 지난 번 하지 못한 한강 피크닉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다. 항공권을 확인하고, 퇴사하고 시간이 된다면 아니면 연차를 길게 쓸 수 있을 때가 되면 너를 보러 가야 하지 않나, 한 번씩 항공권을 확인해 본다.
우리의 안녕은 언제나 안부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