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내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는 말


 

"오늘 하루 잘 보냈지? 어떻게 보냈어? 책 읽다가 생각나서 연락해. 편하게 카페에서 보자."

 

아는 언니 A로부터 연락이 왔다. 보통 잘 지내냐, 생각이 나서 연락한다는 말은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하는 인사말이 아닌가. 의례적인 인사말을 넘어서 나를 집 밖으로 끄집어내는 메시지를 오래도록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대화한 적은 있지만 주말에 따로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건 처음인 사람과의 약속, 평소라면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았겠지만 A 언니라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다른 이유 없이 있는 그대로의 한 마디


  

사람에 대한 내성이 없는 탓일까. 대화가 어색해질까 봐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염려가 무색하게도 나와 A 언니는 사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제법 진지한 고민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로 온 카페를 채우느라 바빴다. 그러다 커피잔을 거의 다 비울 즈음 나는 A 언니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왜 전화 통화 말고 직접 만나기를 택했느냐고,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냥 생각이 났어. 잘 지내는지 궁금했고,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어."

 

저 말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굳이 상대방의 의도를 분석하려 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아하. 그제야 상대방을 놓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한창 대화를 하던 중에도 분명 상대방과 나의 거리감이 어떠한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리를 파하고 일어날 무렵, 거리감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가지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이후로 안부 인사에 대한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는 말'은 여전히 의례적인 인삿말로도, 어떠한 의도가 있어서도 사용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이웃 사랑일지도 모르겠다고. 만약 누군가 내게 안부를 묻는다면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꺼내게 될 것 같다.

 

 

 

네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


 

그날 밤이었다. A 언니가 내게 먼저 연락했듯 나도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 B에게 연락했다. 방 정리를 하다 B에게 빌려줬던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이유로.


다행히 B는 그때 일을 기억하며 반가워했지만 모두가 B처럼 반응하지 않을 거다. 어쩌면 불쾌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안부 인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간만에 온 연락이 등 뒤에 꽂히는 비수일지, 더운 날의 시원한 생수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불온한 마음이 아니다. 다른 말을 붙일 필요도 없다. 단지 네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는 그 말 한마디면 된다. 자주 꺼내지 않아 변색한 추억까지는 굳이 꺼내오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이의 일상에 적당한 온도의 물음표를 달아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