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잘 잤나요? 이 질문을 먼저 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불면증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고 그 외에도 여러 압박감을 몸으로 받으면 그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꿀 같은 숙면을 취하기에 너는 불편한 상태라고. 불면증은 적절한 수면의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수면의 시작과 지속에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한 주요 신체기능의 장애도 동반되는 질병이라고 정의된다. 불면증의 원인으로는 특정 약물의 과다 복용이나 만성 통증 등도 있지만, 심리적인 불안이 가장 크게 차지 한다고 생각한다. 불면증은 치매, 뇌·심혈관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깨끗이 지우진 못해도 흐리게 만들 필요가 있다. 약을 처방해줄 순 없지만 숙면을 응원하는 노래를 소개하려 한다.
‘무릎’이라는 곡이 있다. 2015년 아이유의 네번째 미니앨범 [CHAT-SHIRE]에 수록된 곡으로 아이유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다. 아이유는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여성 솔로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리고 아직도 진행형인 만큼, 아이유가 오랫동안 불면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그녀가 불면에 대해 고찰하다 쓰게 된 곡이 바로 ‘무릎’이다.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첫 가사는 모두 잠들었는데 혼자만 잠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깨어있는 것이 누굴 기다리고 있어서인지, 아직 할 일이 남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문득 그리웠던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인지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마냥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고 불현듯 공허하고 외롭다 느끼는 순간이 누구든 한 번씩 있을 것 같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내 밖에 있는 것들과 마주할 일들이 많아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복잡한 일을 맡고 하다 보면 맨살을 보일 순 없이 가시를 돋아내 날을 세우게 된다. 세상이 맨살을 드러내보이며 반기진 않으니까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 집에 돌아오면 맨살을 보일 수 있지만 하루의 반 이상을 가시를 꺼내 놓았더니 정말 편안한 내 공간과 시간에서도 가시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자야 할 시간까지 가시를 집어넣고 있는 게 아닐까 앞의 가사를 보고 생각했다.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후렴에서는 생각을 가만히 못 두고 잠들지 못하는 지금이랑은 달리 눈 깜빡할 새 깊이 잠들었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한다. 우리는 언제 잠을 제일 잘 잤을까. 정확히 시간을 거꾸로 돌릴수록 더 깊이 잘 잤다. 고등학생 때는 하루를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 지쳐 잠이 쏟아졌고 중학생 땐 친구들과 늦게까지 신나게 놀다 들어와 진이 빠져 잠들었다. 그리고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은 누군가의 무릎에 기대 누워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던 손길에 스르르 쉬이 잠들었다. 저마다의 기억 속 무릎은 엄마의, 할머니의 또는 아빠의, 할아버지의, 어쩌면 형(오빠)이나 누나(언니)의 것일 거다. 하지만 맨살의 솜털까지도 내놓고 아무 생각이 안든 채 깊은 잠을 잔 건 똑같다.
후렴의 가사는 그 기억을 어렴풋이 그려낸다. 누워서 노래를 듣고 그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 날의 내가 보이고 무릎의 높이가 느껴진다. 지금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시간대는 누구에게 무릎을 빌리기도 힘들고 오히려 내 무릎을 대줄 차례일 수도 있다. 그만큼 자랐으니까. 내 머리를 당장 기댈 수 있는 무릎은 현실에 없어도 과거의 나에게 있었으니 그 날을 떠올리며 어린아이처럼 잠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아이유는 불면을 겪는 모두가 그러길 바라고 이 곡을 썼다.
나 역시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마음이 들 때면 이 노래를 듣곤 한다. 2절도 현재의 잠들지 못하는 상황에 무릎을 베고 잠든 그 날을 그리워하는 가사로 채워져 있다. 2절에 대한 감상은 청자를 위해 남겨놓으려 한다. 오늘 밤 잠에 들 때, 노래를 듣고 그 날을 떠올리며 잠들 수 있길 바라고 기대고 싶은 무릎이 필요한 여러 날에 이 노래에 기대 숙면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