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이다.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이 크리스마스라는 분위기에 설레하면서도 기말고사라는 암울한 현실에 발이 묶여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날도 나는 계속되는 밤샘에 제정신을 차리지도 못 한채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 쌓여가는 커피잔과 몸에 안 좋은 간식거리들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 좀 차리고 공부를 하든 뭘 하든 하자는 생각에 대충 겉옷을 주워입고 배란다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치는 겨울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냥 찬 공기가 아니라 분명한 '겨울 냄새'였다.
계절을 구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 낙엽, 옷차림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냄새'로 계절을 구분하곤 한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들이마시면 코끝이 찡하고 머리가 띵해지는 찬 바람 뿐이였는데, 지금은 들이마시면 머리까지 깨끗해지고 명쾌한 겨울의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하다.
덕분에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숨 쉰다는 행동을 의식해봤다. 천천히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기를 반복했다.
분명 잠깐 찬 공기를 쐬고 들어가서 다시 과제를 할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이 들려있었다.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엉덩이를 대고 앉아서 오랜만에 아무 생각하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잠깐의 쉼이었지만 무언가 쫓기던 것 같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비효율적인 시간 보내기에서 벗어나 맑은 정신으로 효율적으로 일을 끝냈다. 이날 이후부터 집중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베란다로 나가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곤 한다. 겨울의 냄새를 만끽하면서 말이다.
연말, 즐겁기도 하지만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해서 바쁘기도 한 시기. 너무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당신도 겨울 냄새를 느껴보았으면 한다. 어디든 좋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찾아 조용히 숨 쉬는 것에 집중해보자.
천천히 들이마시고, 충분히 겨울 냄새를 머릿속에 잔뜩 느껴보다가 다시 천천히 내쉬어보자.
분명 상쾌함을 넘어 명쾌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마지막 한 달을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겨울의 여유를 만끽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