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수정의 순간에서부터 죽음의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양적, 질적 변화를 겪는다. 이것은 심리학적인 의미의 '발달'이다. 나는 이와 유사한 개념인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린아이라고 놀리지 말아요. 나도 이유가 있어!
나는 신체적 나이로는 올해 서른다섯, 만 34세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다.
모든 형용사는 그 비교 대상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주변 다른 동료나 선배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아주 어린 아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를 이루는 많은 부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어리다고 표현할 수 있는 특정 부분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어리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뿐이었다. 2012년, 흔히 내가 '검은 구름'이라고 지칭하는 시기는 성장의 정체기였다. 검은 구름이 걷히고 나서 마음이 조급해진 것은 당연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멈춰있던 그 시간만큼 남들보다 몇 배 더 서둘러 성장하기를 희망했기에 자신을 끊임없이 재촉했다. 그런 쉴 틈 없는 과정들로 얻은 결과는 참혹했다. 성장은커녕 나 자신이 금방 지치고 소진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심지어 완성도 측면에서도 함께 집착했다.
이러한 과거 모습들은 현재 나의 마음속 양가감정 형태로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이상적 틀'에 나를 끼워 맞추려 애쓰고 에너지를 낭비했던 선택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시간에 아빠 말씀대로 잠이나 더 잘걸!" 하지만 그랬기에 지금처럼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측면이든 내가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2020년 6월 20일,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인내하며 기다리던 나의 모습. 그날도 여전히 걸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샌가 '나의 노력'만으로는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내부적 요소도 있지만 환경적 요소 또한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내가 온 힘을 다해 500% 노력을 들였지만, 나와 관계없는 부분들로 인해 끝내 좌절되는 일이 많구나." 그런 일들을 겪으며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차츰 깨달아갔다.
나로서는 반드시 지금 달성해야 할 일일지라도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할 수 없다. 이번이 아니면 또 오지 않을 것 같은 기회일지라도, 항상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또 만날 일이 있겠지. 그렇게 또 성장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마음가짐은 나를 인내하며 또 다른 기회를 준비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성장에 있어 누가 시작과 끝이 있다고 했던가?"
'개똥이'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중
올해 1월 15일, 본가를 떠나 추운 겨울날 첫 독립을 했다. 이사한 후로 나의 성장에는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모태에서 분리되어 세상을 만난 후로부터 시작된 나의 첫 성장,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알을 깨고 나온 듯한 두 번째 성장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부모님은 내게 축하의 의미로 '개똥이'라는 별명을 선물해주셨다. 옛날에는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이름 없이 '개똥이' 또는 '말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 고종 황제도 이처럼 불렸다는 설이 전해지는데, 너무 귀한 티를 내면 부정을 탄다고 해서 어느 정도 크기 전까지는 이름 대신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눈에 넣어도 하나 아프지 않은 자식. 하나밖에 없는 딸이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다고 하면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부모의 시야를 벗어난 더 넓은 세상 어디서든 아무 탈 없이 튼튼하고 힘차게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지금 나는 출생 시의 이름 '권은미' 이름 석 자보다 부모님이 불러주시는 '개똥이'라는 별명에 한 번 크게 웃으며 하루의 고됨을 잊는다. "오늘도 잘 굴러다녔구나. 비록 내가 미처 느끼지는 못할지라도 여전히 오늘도 성장과 함께했구나."
성장은 끝이 없다. 그리고 성장의 기회도 끝이 없다. 항상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들여다보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는 항상 함께한다. 바로 이 순간에도 당신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