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진지. 혹시나 내가 행복이라도 느끼면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꼭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세트처럼 딸려 와서 그렇게 좋았던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낙하한다.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상황을 더 잘 기억한다. 행복하고 기쁘고 설레는 건 거기서 끝이다. 추억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가끔 꺼내 보는 게 다다. 하지만 두렵고 무서운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뇌는 다시는 똑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다시 기억해낸다. 그 감정의 응어리가 확실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굴레는 반복된다.
글쓴이는 말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두려움과 불안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과해지면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고 했다.
가끔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슬프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내가 처해있는 이 환경이 불쌍하다고 여겨서 울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그러면 소리 내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그러고 일어나면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기분인가보다. 눈물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글쓴이가 얘기하는 거 보면. 눈물은 절대 나쁜 게 아닌데 눈물을 흘리면 사람들은 연약하고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는 눈물을 잘 안 보이려고 노력한다. 눈물을 허구한 날 흘리는 건 어른답지 못하다고 말하니까.
책을 읽다가 내 얼굴을 봤다. 그동안 나는 축 져진 눈 때문에 내가 순한 인상이라고 생각했다. 입꼬리는 내려가 있지도 올라가 있지도 않은 일직선이다. 평소에 잘 웃는다고 스스로 자부했는데 그것은 또 아닌가 싶고.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128p) 아는 동생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끔 짓는 내 무표정이 눈치가 보일 정도로 무섭다고 했다. 나의 순한 인상 때문에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다시 나를 돌아봤다. 나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 걸까.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멈춰 서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더 치우쳐 있는 사람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감정에 지배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이나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우울함과 슬픔과 씁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린다. 익숙하다 못해 편안하다.
나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특히 화를 낼 때가 힘들다. 중학생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아빠 앞에서 전화기를 던진 적이 있다. 아빠에게 엄청나게 맞았다. 왜 내가 화가 났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지 못하고 화라는 그 감정에만 집중했었다. 조금은 경계를 가지고 볼 필요가 있었는데.
물통에 여러 가지 물감을 풀어내듯 그렇게 감정을 외부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싶다. 아직은 소망에 불과하지만 연습할 거다. 담담하면서 따스하게 흘러가는 글쓴이의 문장들에 용기를 얻었다. 글쓴이의 경험담이 힘이 됐다.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288p의 3문장은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의 3문장으로 짜여있는 것처럼 완벽했다. 글쓴이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을 테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세요.
자신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세요.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근본은 사랑이라고 글쓴이는 말했다. (29p) 자신을 사랑하자. 조금은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자꾸만 내뱉어본다. 공기 중으로 떠다니는 말을 귀로 듣는다. 그렇게 자꾸만 반복하다 보면 나는 어쩌면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꿈꿨다.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을 굳게 믿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한 걸음 내딛어본다.